‘성대모사 달인’ 코미디언 안윤상이 말하는 비법… “환청 들릴 정도로 목소리 연구해요”
입력 2011-07-15 17:44
“성대모사 잘하는 방법요? 계속 듣는 거 밖에 없어요. 많이 들으면 그 사람 목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머물게 되는데, 그때쯤 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돼요.”
1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코미디언 안윤상(29). 성대모사 비법을 묻는 질문에 그가 내놓은 답변은 이처럼 단순 명쾌했다. 많이 들으면 누구나 유명인 몇 명의 목소린 따라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남들은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듣지만 전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녀요. 2주 전 목소릴 녹음해 놓은 MP3를 잃어버렸는데, 그걸 주운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음악은 없고 배우 변희봉 선생님이나 송새벽씨 목소리만 나오니까(웃음).”
안윤상은 KBS ‘개그콘서트’의 ‘슈퍼스타KBS’에서 매주 특출한 성대모사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이 코너에서 무대에 서는 건 1분 정도. 하지만 짧은 시간 안윤상은 10개 가까이 되는 성대모사를 빠르게 선보인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축구선수 박지성, 가수 임재범, 만화 캐릭터 피글렛까지 다양한 분야 인물과 캐릭터가 망라된다. 그는 “가능한 성대모사가 60개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어떤 일을 계기로 성대모사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안윤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 흉내를 내니까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걸 보고 계속 이것저것 흉내 내며 살았다”고 했다. 특히 2004년 군 복무 시절, 부대를 찾은 한 라디오 공개방송 무대에 나가 ‘성대모사 원맨쇼’를 선보인 경험은 그를 코미디의 길로 이끌었다.
“연병장에서 수천 명이 제가 흉내 내는 걸 보고 웃는데, 흥분돼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더라고요. 당시 사회를 보셨던 분이 성대모사 대가인 배칠수 선배님이셨는데, 저를 보고 ‘제대하면 뭐할 거냐’고 묻더라고요. 원래 꿈은 성우였는데 저도 모르게 코미디 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돼서 결국 KBS 공채(2007년)로 입사하게 됐죠.”
안윤상도 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되는 성대모사가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 임현식,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배우 차승원이 연기한 독고진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임현식 선생님이랑 독고진은 나랑 음역대가 달라서인지 의외로 힘들다”고 했다. 이어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특징만 잡아내서 할 순 있지만, 목소리가 비슷하지 않은 성대모사 개그는 하기 싫다”고 강조했다.
그의 아버지는 청각장애인(2급)이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한쪽 귀로만 소리를 듣는다. ‘목소리’로 웃음을 퍼뜨리는 일을 하는 아들 입장에서 이런 아버지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아예 못 들으시는 게 아니니 괜찮다”며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나올 때면 아버지가 보청기 딱 끼고 TV 앞에 앉으신다고. 어머니도 요즘은 동창회 같은 데 가시면 아들 자랑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