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준·이만열 교수의 기독史料 왜 뺐나”… ‘역사교육과정’ 기독교 누락 교계 반응
입력 2011-07-15 18:00
현행 역사 교과서 집필의 지침이 되는 역사교육과정에 기독교 부분이 누락된 것(본보 7월 15일자 29면)은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연구위원들의 기독교에 대한 무지와 역사의식 부족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 박명수(서울신대) 전문위원장은 15일 “지난달 30일 공청회에서 오수창 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연구위원장은 ‘천주교와 동학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크지만 기독교는 그렇지 않고,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학계 연구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의 답변은 박 전문위원장의 “역사 교육과정에 기독교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따른 것이다. 이는 기독교에 대한 무지와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다.
교계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요 목회자와 전문가들은 이날 일제히 “근현대사에서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기독교의 공로를 누락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정당한 역사 서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는 “진짜 종교편향은 역사 기록에 있으며 학자들은 객관성을 담보로 엄연한 기독교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학교 역사를 편찬하고 기록 원칙의 권한을 갖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는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라”고 요구했다.
박 전문위원장은 “한국 기독교는 천주교나 동학운동 못지않게 한국의 근대화와 민족운동,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으며 역사 연구 역시 백낙준 박사를 필두로 이광린 민경배 이만열 교수 등 수많은 학자들을 통해 이뤄져 왔다”며 오 위원장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안양대 이은선 교수도 “역사 교과서 집필에는 특정 종파에서 나온 연구서는 참고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 기독교 입장의 역사 기록은 원천 자료 채택에서부터 차단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독교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편향된 일반 사가의 입장만 참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연구위가 공개한 ‘2011 역사교육과정 개정(안)’에서는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안)의 경우 항목 (3)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 6항에서 “실학, 서학, 동학 등의 사상 및 사회 개혁론을 사회변동 상황과 관련지어 파악한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개항 이후 근대 부분을 다룬 항목 (4) ‘국제질서의 변동과 근대국가 수립운동’ 5항은 “개항 이후 외세의 경제적 침탈이 조선 사회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신문물의 유입으로 인한 사회변화에 대해 살펴본다”로만 돼 있어 개항 이후 기독교의 시작과 발전, 기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교계는 한기총을 중심으로 한국교회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나 한국교회사학회 등 전문가 그룹과 긴밀히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는 다음 달 기독교의 영향을 다룬 ‘한국 근대문명과 기독교’(가제)를 출간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육법문제및역사왜곡에대한대책위원회(위원장 박창재 목사)는 올 가을 총회에서 교단 차원의 역사 교과서 제작을 헌의할 방침이다.
양병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한국 역사에서 기독교가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 차별”이라며 “한국교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기독교 역사의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