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한진重 현장 방문 논란

입력 2011-07-15 01:13

민주당 손학규 대표까지 한진중공업 사태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야권 인사와 민주노총,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부산 영도조선소를 잇따라 찾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 대표까지 가세함으로써 한진중공업 경영진을 성토하는 야권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손 대표는 14일 오전 부산에 내려가 현지 중소기업과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방문하며 민생 행보를 한 뒤 오후에 한진중공업을 찾았다. 그는 이재용 사장과 채길용 노조지회장 등 노사 관계자들과 1시간 넘게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정리해고 철회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고 배석한 이용섭 대변인이 전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회사 측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국민에게는 정리해고로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주지 않은, 정의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단을 내려 정리해고 문제를 해소해야 한진중공업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는 주말 예정된 3차 ‘희망버스’ 행사와 관련, “행여라도 강제진압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잘못하면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손 대표는 이어 영도조선소 고공 크레인 위에서 190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전화 통화를 갖고 건강상태 등을 물었다.

손 대표가 현장을 직접 찾기까지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당 등에서 “외부 세력이 한진중공업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버스 참여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데다 경찰의 강력한 진압으로 부상자, 연행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어서 제1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야당도 경영진과 정부 측을 압박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 등은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정부가 경영진을 감싸는 데만 급급하다고 항의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4당은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추진 중이다.

한편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누구를 위한 희망버스인가’라는 제목의 개인 성명을 내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어 정권을 잡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길거리로 나가서는 안 된다”며 야당 측을 비판했다. 그는 또 “조 회장은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 장막 뒤에 숨어 있느냐”면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조 회장은 노사 협상장이든 청문회장이든 당당히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