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공포 잊고 활기 되찾은 ‘녹색의 땅’… 일본 본섬 최북단 ‘아오모리 현’

입력 2011-07-13 21:32


지난달 24일 일본 본섬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靑森)현에 가려 비행기에 올랐을 때만 해도 찜찜한 감정이 없지 않았다. 최악의 원전사고를 불러온 일본의 3·11 대지진을 ‘동북부 대지진’으로 불러온 터였기 때문이다.

우려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아오모리현 미사와 공항에서 접한 섭씨 20도 정도의 공기는 너무나 신선했다. 공항 주변의 일본인들, 그리고 그곳에 주둔 중인 미국 병사들 어느 누구의 표정에서도 방사능 물질이나 지진에 대한 걱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둘째 날 찾은 하치노헤의 어시장 핫쇼쿠센터 풍경도 놀라웠다. 방사능 물질 공포로 썰렁할지 모른다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각종 해산물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어시장은 북새통이었다. 해산물이 안전하다는 점을 모두가 확신하는 듯했다. 가리비와 새우 등을 먹어봤다. 정말 싱싱했다. 구입한 해산물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춘 인근 식당 역시 시민들로 붐볐다.

넷째 날 아오모리현 청사에서 지진 및 방사선량에 관한 자료를 제공받았다. 자료에 따르면 빗물이나 먼지, 수돗물에서 측정한 아오모리현의 방사선량은 도쿄는 물론 우리나라 평균치보다도 낮았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아오모리시까지의 거리는 350㎞ 정도인데 반해 도쿄와의 거리는 200㎞ 정도로, 아오모리가 훨씬 멀다. 지진도 크게 감소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흘간 돌아본 아오모리의 자연 환경은 뛰어났다. 특히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 내 오이라세 계류는 일품이었다. 이곳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둘레 44㎞의 도와다코 호수까지 14㎞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천연 그대로의 숲과 야생화, 그리고 폭포 등 비경을 즐길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오모리현에는 고마키 온천 등 크고 작은 유명한 온천들도 즐비하다. 일본 내에서 소비되는 사과의 상당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하치노헤시의 가부시마섬은 인간과 괭이갈매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괭이갈매기 서식지가 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은 수십만 마리의 괭이갈매기들은 장관이었다.

가부시마섬 부근을 시작으로 다네사시 해안을 따라 제주도의 ‘올레길’과 같은 산책로 10여㎞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져 있었다. 종착지는 드넓은 천연 잔디밭. 그곳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바닷바람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그럼에도 3·11 대지진 이후 3개월이 넘도록 관광 목적으로 아오모리현을 방문한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첫날 묵은 고마키 온천 아오모리야호텔의 홍현표 국제부장은 “사업차 아오모리를 들른 경우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관광차 아오모리를 찾은 한국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반가워했다.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 NHK 지역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의 취재 열기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오랜만에 한국인을 봐서 그런지 일본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을 따라다니며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아오모리현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거는 희망은 단순하다. 예전처럼 한국 관광객들이 아오모리를 찾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아오모리현의 미무라 신고(三村甲吾·55) 지사의 열정은 대단했다. 매년 한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는 미무라 지사는 탤런트 이서진씨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리곤 대지진 이전 한 해 2만여명이었던 아오모리현의 한국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무라 지사는 양국 간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해 오는 17일 전세기를 띄워 아오모리 사람들을 태운 채 한국으로 가 제주 수원 화성 등지를 돌아보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 가면 대지진 직후 끊긴 우리나라와 아오모리 간 대한항공 직항로가 다시 개설되도록 대한항공으로 쳐들어가 설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아오모리는 아름답고, 맛있고, 편안한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만들어진 맛난 음식들을 먹을 수 있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란 의미다. 내달엔 각종 축제들이 열린다. 패키지 상품의 비용도 매우 저렴해졌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아오모리를 관광하는 것,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아오모리=글·사진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