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도미노] 유럽 은행들 ‘최악’ 대비 분주
입력 2011-07-13 18:34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유로존 붕괴 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해 채무위기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각 은행 관계자들이 전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는 뚜렷한 추세다. 영국 런던의 한 은행 간부는 “두 국가 기업에 대한 신용 한도를 줄이는 중”이라고 했다. 은행 간 단기 대출을 하는 것도 꺼리고 있다.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사용도 늘고 있다. CDS는 부도로 인해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이다. 재정이 취약한 국가에서 산 국채를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을 은행들이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유럽중앙은행(ECB)에 유럽 각 은행이 맡긴 예치금이 905억 유로(약 134조원)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금융위기에 대비해 돈을 쌓아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이런 조치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로존에서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국가가 이탈하는 시나리오도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헤징(위험 회피)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WSJ는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는) 일주일 전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이번 주부터 더 위험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15일로 예정된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은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재무장관 27명은 성명을 통해 “탈락하는 은행은 스스로 자구노력에 나서야 하지만 필요하면 각국 정부도 자본 재구성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위기가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로 인해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탈리아 재정위기까지 불거지자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EU 관계자는 “은행 시스템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