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해, 막힌 남북관계 ‘물꼬’ 틀까
입력 2011-07-13 18:17
폭우에 따른 북측의 수해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13일 “오전 6시부터 9시 사이 황해북도 곡산과 신평에 각각 91㎜, 82㎜의 비가 내렸고, 같은 시간 함경남도 수동구에도 65㎜의 강한 비가 내렸다”면서 “14일까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2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은 “6월 25일부터 사흘 동안 조선 대부분 지방이 태풍 5호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강한 바람과 무더기 비, 해일을 몰아온 태풍으로 여러 지방에서 인명피해가 났고, 160여동의 살림집이 파괴되고 농경지가 침수, 유실, 매몰되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일단 북측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거의 20일 전에 발생한 수해를 지금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서 의도를 파악하고 있으며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수해 지원요청은 오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서는 대북 수해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나 요청이 들어올 경우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베이징 비공개 접촉 폭로로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라며 북측의 수해를 남북대화 재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로서도 긴급 구호 성격이기 때문에 인도주의에 따라 취약계층에 한정해 지원한다는 기존 원칙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유럽연합이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하고 미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서 정부로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국제적 흐름에 편승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 수해가 남북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천안함 사건 뒤 조성된 첨예한 대립관계 속에서도 100억원 상당의 수해 지원 물자를 보내겠다고 결정했다.
북측은 9월 초 쌀과 중장비, 시멘트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남측은 쌀 5000t과 시멘트 1만t, 컵라면 등 생필품과 의약품 등으로 호응했다. 이를 계기로 북측은 억류했던 대승호와 선원들을 송환했으며, 추석에 이산가족상봉도 이뤄졌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남측의 수해물자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남북 경색 분위기에는 북측도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고, 우리 측도 선뜻 지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