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악재’에 글로벌 증시 “악!”… 전염성이 문제다
입력 2011-07-13 00:34
코스피 2.2% 하락 등 亞 증시 대부분 1∼3% 떨어져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가 12일 글로벌 증시를 덮쳤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43포인트(2.20%) 내린 2109.73으로 밀려났고,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8.7원이나 올라 106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일본 홍콩 호주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이날 1~3%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당사국인 이탈리아 금융시장은 밀라노 증시의 FTSE Mib지수가 3.96%나 급락하고 10년 만기물 국채금리가 6.0%까지 상승하는 등 요동쳤다. 전날 뉴욕과 유럽 주요 증시 급락세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가 ‘이탈리아발(發)’ 악재에 출렁거린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세 번째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라며 “유럽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발표(15일)와 이탈리아 재정긴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이번 주가 고비”라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왜 다시 불거지나=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 재정 상황이 견조한 편에 속한다.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6% 정도인데, 이탈리아는 4% 안팎이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이 120%로 그리스(160%)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국내 저축이 적어 채무 조정이 쉽지 않은 그리스, 포르투갈과 달리 이탈리아는 자국 내에서 해결이 가능해 긴축재정만 유지하면 채무 상환에 문제가 없었다. 삼성증권 허진욱 거시경제 책임연구원은 “이탈리아 재정위기는 갑자기 불거졌다”면서 “지난주 터진 이탈리아 총리와 재무장관 사이 불화설로 그동안 유지된 재정긴축 의지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된 데다 유럽은행 스트레스테스트 발표 일정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허 책임연구원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와 다르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국가”라며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주면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이탈리아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며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엔 유럽은행 스트레스테스트 이후 글로벌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 소폭 올랐지만 올해는 장담할 수 없다”며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더라도 무디스가 이탈리아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이탈리아 위험노출액’ 적지만…=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권의 1분기 현재 이탈리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8000만 달러로, 전체 해외 투자분의 0.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온영식 시장분석팀장은 “직접적인 위험노출액은 미미하지만 ‘리먼 사태’처럼 2차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즉 이탈리아 재정위기→외국인 전 세계 투자자금 회수→유동성 위기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리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이형일 자금시장 과장은 “이탈리아 자체보다는 그리스에서 출발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를 거쳐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번질 가능성 때문에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이경원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