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 주영식씨 “징용으로 시작돼 뿌리 내린 땅 그곳에서 해야할 사명 깨달았죠”
입력 2011-07-12 17:51
“성경의 디아스포라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주를 위해 살고 싶습니다.”
러시아 사할린 동포 주영식(64·사할린주종합병원 의사·사진)씨는 12일 한민족재외동포 세계선교대회 오전 강의를 듣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왜 사할린에서 태어났고 자식들과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는지 의미를 발견한 것이다.
“아브라함과 요셉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친을 사할린 땅으로 옮기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할린 고려인으로서 사는 의미를 알게 된 것이죠.”
주씨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끌려와 갖은 수모 속에서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당시 한인동포는 이동의 자유가 없어 사는 곳을 벗어날 수 없었고 현지인에게 민족적, 인종적 차별을 당하며 살았다. 경남 마산이 고향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항상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씨는 그런 문화 속에서 태어나 꿋꿋이 살았고 보란 듯이 의대에 진학해 36년간 의사(마취과)로 일해 왔다. 자식도 훌륭히 키워내 아들은 치과의사로, 딸은 대학교수로 성공해 사할린 한인동포 사회에 귀감이 됐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다 7년 전 딸로부터 복음을 전해 듣고 변했다. 그가 출석하는 교회는 러시아 내 한국인 선교사에 의해 처음 세워진 유즈노한인교회(정운 목사). 집사 직분으로 봉사하고 있는 그는 최근엔 선교에도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