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물가 선제대응 필요하다
입력 2011-07-12 21:37
물가가 심상찮다. 예년과 다른 긴 장마에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해외 악재들도 산재해 있다.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서울농수산물공사의 상추 도매가격이 이달 들어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배추도 1.5배, 무는 1주일 사이 20% 넘게 값이 뛰었다. 농림수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봄 이상한파로 과수 냉해 피해 면적이 2만㏊가량 되고, 특히 사과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 파동이 우려된다.
여기다가 중국의 물가가 크게 올라 국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4%로 집계됐다. 3년 만의 최고치다. 특히 식품물가가 14% 넘게 올랐다. 이번 달에도 이런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농수산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물가가 1% 포인트 오르면 1개월 시차를 두고 우리 소비자물가는 최대 0.04% 포인트 상승한다. 세계 식량가격도 올 상반기에 26%나 올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물가상승은 이미 현실로 체감되고 있다. 구제역 파동 등의 영향으로 음식값이 오르자 도시락을 챙겨가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밥만 싸오는 직장인을 위해 반찬을 배달해주는 업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다는 사례도 있다.
다행히 정부는 이미 물가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거시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보다 물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가을 배추 파동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폭염으로 고랭지 김장배추 출하 감소가 엄연히 예상됐는데도, 당국은 배춧값이 폭등한 뒤에야 부랴부랴 중국과 대규모 수입계약을 하는 촌극을 벌였다. 올해는 제발 앞서가는 대응을 해 지난해 전철을 밟지 말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