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제금융 국가 신용등급 조정 수용 않겠다"
입력 2011-07-12 01:54
유럽연합(EU)이 그리스,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회원국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조정을 앞으로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 및 금융 규제 담당 집행위원은 프랑스 파리 유럽증권시장청에서 한 연설에서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오는 20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이전보다 네 단계나 낮은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낮춘 데 따른 것이다. EU는 유로존 채무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무디스를 비난했다. EU는 현재 구제금융 추가 투입을 논의 중인 그리스의 신용등급마저 하향 조정될 경우 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바르니에는 이에 따라 구제금융을 받고 지원국의 요구사항을 준수하는 국가들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등급 조정을 금지하는 방안을 유럽 재무장관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가 신용등급뿐 아니라) 보험, 투자펀드 등과 관련해서도 신용평가사의 등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줄이는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관한 구체적 기준과 전체 분석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EU에선 신용평가사의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거리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미국 중심의 시각에 반(反)유럽 정서를 갖고 있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독자적으로 신용평가사를 차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