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태블릿PC 안쓰면 호텔 등 숙박료 할인… 美 ‘디지털 디톡스’ 여행상품 뜬다
입력 2011-07-06 18:26
존 피터스(46)는 지난 5월 바하마의 한 리조트로 6일간 가족여행을 떠나면서 스마트폰을 집에 두는 ‘용감한’ 결정을 했다.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는 수시로 아이폰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해야 했지만 네 살 난 딸이 신경 쓰였다. 그는 “딸이 날 보면 ‘아빠 아이폰은 어딨어요’라고 한다. 정말 신경 쓰인다”며 딸의 아이폰 중독을 걱정했다.
미국 내 호텔, 리조트들이 디지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여행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디톡스’ 상품을 준비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여행객이 체크인하면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자신의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숙박료를 할인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디지털 기기 대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고전 도서 등이 제공된다. 여기에 스파 치료, 카약 강습, 하이킹 등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어떤 곳에서는 방에 TV와 전화기마저 두지 않는다.
‘디지털 디톡스’ 상품이 나온 것은 미국인들이 휴가 기간에조차 손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금융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최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가 휴가 때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68%는 휴가 기간에도 업무에 필요한 이메일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58%보다 높아진 수치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를 운영하는 아만다 레비(29)는 스마트폰을 두고 요가 수련회에 참석하면 15%를 할인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 그는 “항상 이메일을 확인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벌거벗은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에드워드 할로웰은 “우리는 스스로 중독된 사실도 모른 채 디지털 기기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어떤 의미에서 디지털 기기는 새로운 담배라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