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진홍] 탐욕에 관하여
입력 2011-07-06 18:08
“가진 자의 탐욕은 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권력과 이익을 나눠야”
인간에게 탐욕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뎠을 것이다. 의식주만 하더라도 질 좋은 인조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기고, 최고급 자재로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 좀 더 나은 옷, 좀 더 맛있는 음식, 좀 더 안락한 집을 갖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없었다면 고기를 날로 먹고, 동물 가죽으로 몸을 대충 가리고, 동굴에서 잠자던 석기시대 환경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짐승은 필요 이상의 먹이를 탐하지 않지만 인간은 필요 이상의 먹이를 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역기능이 생긴다.
유사(有史)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전쟁이나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인간 내면에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해 자원이나 식량 등 가급적 많은 전리품을 챙기려는 욕심이 없었다면 지구상에서 전쟁은 일찌감치 사라지지 않았을까.
세계 인구수와 비교할 때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이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아사(餓死)는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의 방식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다국적 기업들의 비열한 범죄다.
탐욕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이런 ‘무지막지한 탐욕’을 연상시키는 탓이다. 며칠 전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 고위 공무원들과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저축은행 비리 사태,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태 등. 여론이나 서민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들이다.
현재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보수세력의 탐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보수 진영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보수가 청년과 서민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만석을 가진 부자가 쌀 한 석을 더 가지려는 것이 탐욕이며 스스로 몸을 망친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논객 중 한 명인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는 “보수가 정권을 잡았다고 큰 권력은 물론 작은 권력, 인사권, 돈, 자리, 정책 등 모든 것을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탐욕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탐욕은 갈등을 부른다. ‘가진 자’의 탐욕은 더욱 그렇다. ‘가진 자’는 정치적으로 집권세력, 경제적으로 재벌들 그리고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은 공직자들이다. 이들이 과욕을 부리면 ‘덜 가진 자’는 자극받아 반발하기 십상이다.
갈등이 첨예화되면 홍 대표 지적대로 탐욕을 부린 ‘만석지기(가진 자)’ 스스로 몸을 망칠 수 있다. 소탐대실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보다 심각한 상황은 계층 대립이 격화돼 사회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지구의 생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이치와 유사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지구에는 탈출구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문명 발달을 빙자한 생태계 말살 행위를 자제하라는 지구의 간절한 요청에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진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은 물론 이익을 두루 나눠야 할 것 같다. 박효종 교수 발언대로 큰 권력, 작은 권력, 인사권, 돈, 자리, 정책 등을 독점하려 떼쓰지 말아야 한다. 야당에, 중소기업에, 소비자들에게 나누어주는 따뜻한 마음가짐과 실천이 요구된다. 비록 일각에서지만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탐욕 없음’을 꼽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권력 분산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대세(大勢)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한마디로 규정할 때 ‘대통령 1인에 집중됐던 권력이 지방정부 등 여러 곳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이라는 정의도 나온 상태다. 어느 세력이 다음 정권을 잡더라도 이런 추세를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에 역행하지 말고 순응하는 것이 지금 ‘가진 자’들이 취해야 할 길이다.
김진홍 편집국 부국장 kim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