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 넘치는데… 세비부터 깎자” 염치 아는 美 의원들
입력 2011-06-30 18:21
미국 의회 의원들이 세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자는 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국가 채무 한도를 늘려야 할 만큼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염치 있는 행동이라는 평가다.
현재 미 의회에는 2013년 세비 관련 법 개정안 18건이 제출돼 있다고 이곳 소식지 ‘더 힐’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와 내년 세비는 동결된 상태다.
제이미 버틀러 공화당 하원의원 등 3명은 2013년 세비를 10% 깎자는 법안을 냈다. 국민 세금을 아끼려면 예전에 받던 세비는 잊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틀러 의원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받는 연봉도 10% 삭감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켰다.
지난 1월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상한 뒤 회복 중인 가브리엘 기퍼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세비 5% 삭감안을 내놨다. 의회가 회계연도 마감 시점까지 세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세비를 25% 깎자는 안도 있다.
5%든 10%든 삭감안이 통과되면 이는 78년 만의 일이 된다. 미 의회 세비는 대공황 사태가 있던 1933년 이후 한 차례도 삭감된 적이 없다.
세비는 오히려 1989년부터 해마다 인상돼 왔다. 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반대하지 않는 이상 물가 상승을 감안해 자동으로 인상되도록 의원윤리법이 시행된 것이다. 2009년 세비 인상률은 2.8%였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세비 자동 인상에 부정적 여론이 높자 의회는 2011년과 2012년 세비 동결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비는 상하원 모두 연 17만4000달러(약 1억8500만원)다. 각 당 원내대표는 연 19만3400달러(약 2억600만원)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2만3500달러(약 2억3800만원)를 받는다.
2013년 세비 동결 법안을 제출한 클레어 매카스킬 민주당 상원의원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직장이 있어도 연봉이 인상되는 국민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의회가 매년 세비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