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 진흙탕 싸움에 후순위 주자들 ‘발끈’

입력 2011-06-29 20:38

한나라당 7·4 전당대회가 계파싸움으로 변질되고 정책 논의가 실종되면서 후순위 주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선두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의원이 각각 ‘국가권력기관 및 특정계파 선거 개입 의혹’과 ‘홍 의원의 공천협박설’을 제기한 이후 전대가 두 후보 간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쇄신파 대표’를 자처하고 나선 남경필 의원은 29일 개최된 MBC 전당대회 후보자 토론회에서 “전당대회가 정책 대결이 아니라 계파싸움, 감정대결로 가는 데 분노한다”며 원 의원과 홍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남 의원은 홍·원 두 의원에게 각자 제기한 의혹의 증거를 대라고 압박했다. 홍 의원은 “근거가 있으나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고 피해 나갔다. 원 의원은 “친박근혜계가 똘똘 뭉쳐 표를 주는 것에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친이명박계 후보로 나를 몰고 가는 것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일한 친박계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도 “공천 협박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로 전대 전에 빨리 두 분이 매듭지어 주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당내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대에서 당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어 유 의원은 복지 예산 및 4대강 사업 등 정책 이슈를 놓고 홍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이 재정상 이유를 들며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을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운 것이 발단이 됐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이 하는 대표적인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4대강에 2년간 22조원 쓰면서 복지에 쓸 예산 몇 천억원이 어디 있느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4대강에 들어간 게 45조원이 넘는데 왜 이명박 정부에서 들어가는 22조원을 토목경제라고 비난하느냐”며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의 이같은 4대강 사업 두둔 발언이 친이계 주류와 이 대통령지지 성향의 대의원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