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동반성장’ 외치는데… 공공기관은 중기 제품 외면

입력 2011-06-29 18:42

중소기업들에 강요되는 어음 결제나 저가 납품을 막고,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확보해 주기 위해 공공기관들이 20억원 이상의 공사를 할 때 3000만원 이상 되는 공사용 자재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직접 구매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9일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조달청 G2B 시스템을 통해 입찰공고한 20억원 이상의 공공기관 공사 4000건 중 838건이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이 기간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직접 구매하지 않은 공사용 자재의 가격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심지어 중소기업중앙회조차 회관 신축 공사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공사를 발주하면서 이 제도를 준수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은 공사를 할 때 자재를 중소기업으로부터 직접 구매하도록 돼 있는데, 상당수 기관에서는 이런 의무를 무시한 채 공사를 통째로 시공 업체에 넘기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재를 대는 중소기업에 어음을 주거나 납품가를 깎는 대형 시공 업체의 폐해가 공공기관 공사에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2008년 공공기관 수요 물자의 경쟁입찰 의무화 대상을 5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면서 수의계약이 가능한 1억원 미만 물품의 납품 업체에서 대기업을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대기업에 이익을 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10월까지 23개월간 공공기관의 1억원 미만 물품 구매 대금이 2조2031억원인데, 그 가운데 대기업이 수의계약 형태로 물품을 공급한 실적이 21%에 해당하는 4611억원이었다.

한 해 85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에도 허점이 많았다. 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회피하고 재무 등급이 좋은 기업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거나 특정 업체에 중복 지원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또 중소기업들이 정책자금을 대출받은 뒤 예·적금에 가입, 6개월 이상 장기간 예치한 경우도 3504건(4203억원)이나 됐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