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신한비나·신한베트남’ 투트랙으로 금융시장 공략

입력 2011-06-29 21:33


(20) 신한은행 베트남 진출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 호찌민시 한복판에 위치한 신한비나은행 건물은 도로변에서 볼 때 폭이 매우 좁다. 베트남에서는 도로변의 유리한 위치는 서로 공평하게 나눠가져야 한다는 사회주의식 정책에 따라 도로변에 맞닿은 면의 길이가 4m를 넘으면 누진 과세되기 때문. 건물부터 ‘현지식’인 셈이다.

한국에서 봐 온 신한은행을 떠올리며 들어선 내부 인테리어도 낯설었다. 약간 어두운 조명, 푸른색이 아닌 초록색과 나무 느낌으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모던보다는 클래식에 가까웠다. 한국계 은행임을 알게 해주는 것은 입금신청서와 같은 관련 서류에 써있는 한글이 전부. 반면 신한비나은행에서 도보로 10여분 떨어진 신한베트남은행은 호찌민 시내에서도 최신식으로 꼽히는 고층 빌딩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11층 본점 영업점 입구는 서울 여의도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밝고 넓은 인테리어는 모던 그 자체였다. 베트남 법인이라는 증거는 창구에 앉아 있는 현지 직원들뿐이었다.

◇신한비나·신한베트남, 다른 듯 같은 현지화 성공 전략=이렇듯 너무나 달라 보이는 두 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베트남 진출의 양 날개다. 신한비나은행이 현지 은행과의 합작으로 일찍이 설립된 현지법인인 반면 신한베트남은행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100% 신한 지분의 법인이다.

현지법인 역사가 19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신한비나은행이 현지와의 거리를 좁혀놓았다면 2009년 지점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은행의 이미지를 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둘 모두 현지법인이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하는 현지화 전략에 승부를 던졌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 대상 영업에 한정되는 해외 지점 형태의 타 은행들과 달리 현지법인은 현지 기업과 현지인을 상대로 한 영업이 가능하다. 지점 확대 등에도 적극 나섰다. 신한비나은행은 호찌민 본점, 하노이 지점과 함께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동나이, 빈증에도 지점을 설립했다. 신한베트남은행도 법인화 2년 만에 하노이와 빈증에 지점을 냈다.

현지화를 전략으로 하는 만큼 우수한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데도 주력했다. 각각 전체 직원 221명, 125명 중 한국인 수는 6명, 19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이동이 비교적 적어 시스템이 빠르게 안정됐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우 1995년 처음 지점으로 시작했을 때 채용한 현지 직원 20명 중 10명이나 남아 있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이태룡 호찌민센터장은 “최근 베트남 현지은행들까지 처우가 매우 좋아지면서 인력 이동이 매우 많은 상황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안정돼 있다는 점이 우리 회사의 큰 힘”이라면서 “현지인 상대 영업에서 이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열 경쟁·정부 규제 강화…고객감동서비스로 ‘현지은행’ 도약 승부=그러나 최근 베트남 시장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동안 베트남의 빠른 성장 속에 해외 자금이 급격히 들어오면서 기업 금융시장은 과열됐다. 과거 상대적으로 전산 시스템이나 서비스 등에서 뒤떨어졌던 토종 은행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지점 수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공시한 금리 외에 뒤로 찔러주는 ‘사이드’ 금리도 현지에선 상식이 돼 있다. 반면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돈 줄 죄기’로 기업 여신에 대한 규제 등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현지화에 박차를 가한다지만 베트남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엔 아직 리스크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선택한 전략은 큰 구조를 기존 고객(한국 기업 등) 중심으로 가되 아직 은행 이용에 대한 인식이 낮아 잠재성이 큰 베트남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간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성공한 ‘현지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국내 카드로는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지금은 현지에서 현지 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필요로 했던 한인 교민들부터 반응이 뜨겁다. 그러나 그보다도 앞으로 현지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늘어날 신용카드 수요가 주 타깃이다. 미리 준비해둬 기회가 오면 바로 치고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한비나은행의 경우 한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적금 상품을 개발 중에 있다. 저축에 대한 개념이 낮고 은행 신뢰도도 낮은 현지인에게 적금의 인센티브를 경험하게 하고, 우리 은행의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호찌민=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