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손목 없는 1급 장애인 소금장수, 15년간 더 어려운 이웃 남모르게 도왔다

입력 2011-06-28 21:35

1996년 봄, 충남 서산시 대산읍의 한 지체장애인 가정에 소금 1포대가 배달됐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어느 독지가가 두고 갔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매달 이어졌다. 그러기를 2년여. 마침내 그가 누구인지 밝혀졌다. 뜻밖에도 그는 두 팔 모두 손목 아랫부분이 없는 1급 장애인이었다.

그는 비장애인에게도 힘든 염전 일을 하면서 소금 1포대를 팔 때마다 1000원씩 떼어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지난해에는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입 2000만원 중 500만원을 이웃돕기에 썼다.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소금장수 강경환(51·서산시 대산읍 충서감리교회 권사)씨 이야기다.

강씨가 장애인이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바닷가에서 6·25때 버려진 발목지뢰를 깡통인 줄 알고 가지고 놀다 양손이 절단됐다.

강씨는 한때 절망과 방황의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1994년 두 팔과 다리 하나를 잃고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다른 장애인의 사례를 보고 새 삶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강씨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염전에 바닷물을 대고 햇볕에 말려 만든 소금을 삽으로 퍼 담았다. 2년여 후 일도 익숙해지고 수익이 생기자 그는 불우한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의 집 앞에 남몰래 자신이 직접 만든 소금자루와 각종 생필품을 갖다놓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는 전남 소록도에 김장용 소금 30포대를 매년 보내고 있다. 2008년에는 봉사단체인 ‘사랑의 밀알회’를 조직, 이웃돕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강씨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예전의 나처럼 낙심했던 사람들이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강씨(국민훈장 동백장)를 포함해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로 선정된 24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사를 포기하고 성직자의 길을 택해 아프리카에서 8년간 헌신적으로 의료·교육 봉사활동을 펼치다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작고한 이태석 신부에게 최고 등급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전 재산 1억원을 기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87) 할머니와 폐지 등을 팔아 모은 15억원을 기부한 길분예(92) 할머니는 각각 국민훈장 동백장과 목련장을 받는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