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처리 왜 급한가… 종편이 광고 직거래 나설 땐 방송 상업화 등 부작용 속출
입력 2011-06-28 18:23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은 그동안 방송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방송 광고 시장이 사실상 무법 상태에 놓인 현 상황이 계속되면 올 하반기 출범하는 종합편성채널이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되고, 이럴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렙 문제가 대두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당시 헌재는 2009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미디어렙 개수와 방송사 지분 참여 등을 놓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종편 광고 영업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 여부가 핵심쟁점이 됐다.
하지만 법안 처리는 정치권이 ‘종편 눈치보기’에 급급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언론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조속히 미디어렙 입법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정치권은 소극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렙이 없어 방송사들이 ‘광고 직거래’에 나설 경우 초래될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예컨대 광고주인 기업이 광고를 무기로 방송사에 기사 철회를 요구하는 일이 빈번할 수 있다. 방송사도 광고 유치를 위해 홍보성 기사를 자주 보도할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려고 오락 프로그램을 늘리고 교양 프로그램은 줄이는 문제점도 예상된다. 언론인권센터 최성주 상임이사는 “종편 광고가 미디어렙에 맡겨지지 않는다면 방송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가 특정 매체에만 쏠리게 되면서 지방신문이나 종교방송 등 취약 매체가 존폐 기로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헌재 결정 이후 지상파들은 미디어렙 설치 이전엔 코바코에 광고 판매를 위탁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를 따르고 있는데, 종편이 등장해 경쟁이 격화되면 이들 역시 ‘직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은 종편의 미디어렙 편입에 반대하며 법안 마련을 미루고 있어 종편 출범 때까지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종편의 광고 직거래에 긍정적이다.
반면 시민단체 및 야당은 미디어렙 필요성을 강조하며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1공영 1민영’ 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조준상 사무총장은 “종편 출범을 앞두고 시간이 없다. 더 이상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사달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장지호 정책국장은 “한나라당의 정략적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늦어도 8월 말이나 9월 중순까지 입법화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