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으로 ‘좌절’ 지우고 ‘희망’을 쓰다… 역경넘은 동화작가 이은영씨

입력 2011-06-28 17:43


중학생 소녀의 일기장에는 ‘왕따’ ‘자살’ ‘포기’ ‘실패’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 건축업자에게 속아 헌금을 날린 목회자 아버지 때문에 집도 친구도 순식간에 잃었다. 소녀에게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 어려운 현실을 이겨보려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원하는 대학에도 떨어졌다. 일기장에 다시 좌절을 써야 했다.

동화작가 이은영(26)씨가 과거의 좌절을 말끔히 청소한 것은 순전히 묵상 때문이다. 5년 동안 하나님과의 대화를 기록한 게 20권이 넘는다. 수강료가 없어 포기했던 바이올린을 대학교 평생대학원 2년제 과정을 통해 다시 배웠고, 유명한 동화 일러스트 전문가에게 일러스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일러스트를 배운 지 2년반 만에 태교전문가인 어머니와 함께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린 태교동화집을 냈다. 최근엔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환상동화일러스트전’에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이씨는 이 모든 일을 ‘하나님과의 대화 덕택’이라 설명했다. “주변에선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냈다고 놀라더라고요.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제가 동화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고 순종했기 때문이에요.”

모태신앙인 그는 묵상이 ‘하나님과의 대화’란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이씨는 대학교 2학년 때 예수전도단에서 주관하는 DTS(Discipleship Training School) 과정을 통해 하나님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묵상방법을 묻는 주변사람들에게 연극 대본처럼 대화 그대로를 옮겨 쓰는 ‘시나리오식 묵상 쓰기’를 권유한다. 직관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묵상을 통해 자신의 진로 또한 알게 됐다. ‘어린이 사역’과 ‘성경동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 달 10일부터 미국 댈러스 크리스천 대학으로 1년간 유학을 떠난다.

“향후 비전은 아직 몰라요. 다만 배우면서 그 땅에서 계획한 하나님의 연출에 맞춰 움직이는 게 제 구체적인 계획입니다. 상황은 달라져도 묵상을 통해 하나님은 계속 저와 대화하실 테니까요.”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