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단합보다 분열… EU 어디로
입력 2011-06-27 18:44
국가부도 위기에 놓인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북아프리카 정정불안에 따른 이민자 유입 등의 위기를 맞아 유럽연합(EU)이 갈등과 분열에 휩싸여 있다. 자국의 이익만 내세우는 이기주의, 일부 ‘힘센’ 국가끼리만 모이는 비밀회동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국 이익이 우선=그리스 추가 구제금융 지원안의 최대 걸림돌은 독일과 프랑스의 의견 차이였다. 최종안이 나오지 않으면 유로존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지만 양국은 민간 투자자의 고통분담 형식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결국 양국 정상의 담판으로 이 문제는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왜 우리가 게으르고 불성실한 회원국 주민을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여론이 여전히 팽배하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지난 23∼24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한시적으로 솅겐지역 내에서 출입국을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솅겐조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회원국 간 통행제한을 없앤 솅겐조약은 EU가 이뤄낸 대표적인 성취물이다. 그러나 최근 이탈리아가 북아프리카로부터 온 난민 수용문제를 놓고 프랑스와 마찰을 빚자 EU 통합에 역행하는 조약 개정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한편 유로 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26일 “EU가 채무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의 금리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에 유럽재정안정기금이 투입될 때 금리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힘센 국가들 끼리끼리=지난 19일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주재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회동에 독일·영국·스웨덴·룩셈부르크 외무장관만 모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장관은 초대됐으나 참석하지 못했다. 옛 공산권 12개 신생 회원국들은 초청도 받지 못했다. 특히 현재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을 맡고 있는 헝가리와 하반기 순번의장국인 폴란드가 배제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지난달 말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경제력이 큰 회원국 재무장관들만 비밀리에 회동한 사실이 드러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