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캐럴 오염사실 감춘건 SOFA 위배”

입력 2011-06-27 18:26


주한미군이 그동안 캠프 캐럴 기지의 오염실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위배한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 양측이 2002년 합의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른 즉각 통보, 오염 확산 방지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고엽제 대책회의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은 오랫동안 캠프 캐럴 기지 내부의 심각한 지하수 오염실태를 알고도 지역 주민과 한국 정부에 아무런 정보를 통보하지 않고 은폐해 왔다”며 “SOFA협정 위반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8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기구이다.

대책회의는 “고엽제 드럼통의 발견 여부와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 검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발암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미군이 공개한 두 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소, 린단,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의 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됐다. 2004년 조사에서 기준치의 2420배가 검출된 비소는 1급 발암물질로 간암, 피부암, 폐암, 방광암, 백혈병, 신장암 등을 일으킨다. 아이들의 뇌발달을 저해하는 수은은 기준치의 808배가 검출됐다. 기준치를 4380배 넘은 린단은 미국국립독성프로그램이 정한 발암 의심물질이다.

치명적인 물질이 지하수에서 검출됐음에도 지역 주민과 한국 정부에 오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환경부와 주한미군이 2002년 합의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위반된다. 기지 밖으로 흘러간 오염된 지하수를 지역주민이 장기간 모르고 사용했을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차서에는 ‘환경부와 주한미군은 환경사고의 경우 지자체 공무원과 미군기지 간 서로 통보할 수 있는 연락망을 수립해 교환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보 대상은 ‘기지 안팎에서 일어난 환경 사고로 공공안전, 건강, 자연환경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끼치는 경우’로 정의됐다. 통보 이후 오염확산 방지를 위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러나 절차서는 합의사항일 뿐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따르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한국 정부도 주한미군 측에 책임과 절차이행을 강력히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SOFA를 개정해 주한미군 측의 환경사고 즉각 보고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물론 기지 내 조사와 환경정보 공개, 오염자부담 원칙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미군이 자체 구성원의 환경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1∼3년마다 수행하는 기지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