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문일] ‘딱 아는 만큼’만 말하는 김문수 지사

입력 2011-06-27 17:55


“동두천시에서 택시운전중, 중앙역에서 손님대기중입니다. 폭우 계속∼손님 없네요. 교회 가시는 할머니와 손녀 둘+큰시장 상인회장 2팀 모셔드렸습니다. 입금 4만8천원 해야 하는데 이제 7천원입니다.”(kimmoonsoo1)

“도지사님!!! 경기 북부를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 놓고 그따위 퍼포먼스가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표’나 얻으려고 비 오는 날 힘들게 ‘쌩쑈’ 하지 마십시오!!! 거짓말쟁이는 앞으로 정치하기 어렵습니다.”(birojana108)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항상 대화 중이다. 태풍 메아리가 경기 지역에 폭우를 몰고 온 26일에도 그는 동두천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타진했다. 김 지사는 트위터 계정을 만든 후 27일까지 2900여개의 단문 메시지를 날렸으며 2만9220여명이 그 메시지를 받아보고 있다. 지지자들이 대부분이나 위의 예문처럼 안티 팔로어도 적지 않다.

‘쌩쑈’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는 김 지사를 진정(眞情)이 있는 정치인으로 여긴다. 그가 걸어 온 길을 보면 수긍이 간다. 서울대 학생에서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가 변절자 소리를 들으며 보수 정당에 들어가 국회의원과 도지사에 이른 경력은 물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개벽(開闢) 같은 일이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그의 진정과 성실이 그런 변화를 만들고 적응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그가 드디어 집권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노동자였던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눈높이에서 소외된 민생을 보듬을 것으로 믿는다.

자기 경험을 일반화

그런데 필자는 얼마 전 김 지사의 트위터 메시지를 차단했다. 그의 팔로어가 되었던 것은 직업적 이유가 7, 인간적 관심이 3이었다. 직업적 견지에서 그의 메시지는 지나치게 경기 도정(道政)과 민심 수렴에 몰두했다. 인간적 견지에서는 지나치게 직업적이었다. 기사도 안 되고 그냥 읽기에는 지루했다. 게다가 메시지 발신이 너무 많았다. 트위터를 열어보면 김 지사의 직업적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이 보낸 인간적 메시지를 밀어내고 있었다.

필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트위터 메시지도 받아 보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 뜸하게 나오지만 메시지의 배경과 감추어진 뜻을 미루어 보게 한다. 어느 논객은 140자 안에 시사(時事)에 관한 핵심 정보와 탁견(卓見)을 나눠주고 있어 늘 감사하고 있다.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보통 트위터 사용자들은 재치 있는 촌평이나 훈훈한 격려 같은 말로 감정을 교류한다. 김 지사의 트위터 어록을 보면 인격의 실직(實直)함을 느끼게 된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딱 아는 만큼만 말하는 것이다. 하나를 알면 하나만 말한다. 문제는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른다는 데 있다.

‘답답한 느낌’ 탈피해야

일례로 김 지사는 최근 한 기업인 조찬 모임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은 청백리”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토해양부 국세청 등 전방위적으로 공직자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 한 말이다. 취임 축하금을 가져온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냈다는 자신의 경우를 강조한 것이거나, 실제로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청백리이기 때문에 한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대한민국 전체 공무원에게 일반화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김 지사가 허세를 부린 것은 아니지만 과장되어 터무니없는 말임은 분명하다.

아는 만큼만 말하다 보면 사상(事象)을 추상(抽象)하는 능력이 퇴화한다. 그의 언사가 때로 비근(卑近)에 빠지는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지도자는 때로 고원(高遠)한 말도 쓸 수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 담기면 금상첨화다. 그런 점에서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김 지사의 자질이 훨씬 높다고 본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