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도청’ 수사의뢰… 한나라 “수신료 면피용 공세” 반박
입력 2011-06-26 22:46
민주당이 당 대표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26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25~26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야당 말살이자 공작정치의 부활”이라며 한나라당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 합의를 깬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국면전환용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앞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전날 수신료 관련 비공개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에서 한 발언을 공개했고, 민주당은 회의 내용이 도청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 의원이 공개한 천 최고위언의 발언이 녹취록을 풀어 놓은 듯한 구어체인 점, 발언이 공개된 시점에는 민주당 실무자가 회의 녹취록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군가 지난 23일 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를 도청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누구로부터 녹취록을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어떤 형태로든 도청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도청사건 관련자에 대해 끝까지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내 불법도청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며,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당 대표실을 비롯한 국회 시설 전체에 대한 도청 여부 점검을 요구하기로 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도청은 했는데 도청한 사람이 없고 녹취록을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데 전달한 사람은 없다”며 “한나라당 주장대로라면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은 귀신이 했느냐”고 여당을 겨냥했다.
민주당 내부의 녹취록이 유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녹취록을 담당하는 당직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다. 당 총무국 이주환 차장은 “23일 회의의 녹취록은 총 10쪽 4줄 분량으로 한 의원이 발언한 24일 오전 10시30분쯤에는 해당 부분의 녹취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당시 회의에 참석한 실무자는 저를 포함 3명뿐이었고, 회의 테이블에 계셨던 분들은 토론을 하고 있어서 (토씨 하나까지) 메모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정치공세에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한 의원은 “구시대 용어인 도청을 꺼내 들어 수신료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극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민주당이 의뢰한 이번 사건을 수사과 지능팀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