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뒷전 ‘보은인사’ 한계… ‘낙하산’이 부실 불러
입력 2011-06-26 22:43
공공기관 상임감사 평가결과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감사라는 직책은 외부인사를 영입해 내부 감시를 맡기는 자리다. 외부 인사를 앉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구조다.
하지만 52개 기관의 감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명이 B등급조차 받지 못해 전문성을 아예 따지지 않는 ‘보은인사’가 안고 있는 한계를 노출했다.
또 2년 임기인 외부 출신의 감사가 내부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주지 않는 한 ‘내부 감시’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평가는 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성과 평가의 하나로 이뤄졌다. 당시 재직했던 감사 가운데 일부는 임기를 마치고 떠났다. 이달 중으로 떠날 감사도 있다.
D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석탄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연구재단, 대한지적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문화예술위원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7곳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 출신인사가 감사로 앉았던 기관은 석탄공사, 대한지적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3곳이다.
지난 2월 물러난 석탄공사 이광영 전 감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새만금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한나라당 전북고창지구당 위원장 등을 지냈었다. 현재 석탄공사 감사는 김동일 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이다. 대한지적공사 감사는 김삼현 전 한나라당 중앙사무처 홍보국장에 이어 정연석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지난해 12월 바통을 이어받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동호 감사는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상임자문위원 출신이다.
C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치권에서 내려온 낙하산은 훨씬 많아진다. 이병용 방송광고공사 감사, 김덕수 거래소 감사, 이영섭 에너지관리공단 감사, 이택관 환경공단 감사, 문상옥 소방산업기술원 감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몸을 담았었다. 차성룡 석유공사 감사(현재는 유재현 감사가 1월부터 재직 중), 한경노 가스안정공사 감사, 이상훈 전기안전공사 감사는 대통령 취임준비위 위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원형 관광공사 감사는 대통령 선대위 대구부위원장 등을 거쳤고 황희성 감정원 감사와 이철웅 사학연금공단 감사는 국회 정책연구위원, 김경안 농어촌공사 감사(현재는 한창희 감사가 4월부터 재직 중)는 한나라당 충주시지구당 위원장을 지냈다.
또한 이번 평가 대상이었던 52개 공공기관의 감사 가운데 정치권 출신 인사는 27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나머지도 관료 출신이거나 군대, 지방의회 등을 거친 인사들로 채워졌다. 사실상 전관예우의 관행이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나 전관예우 문제가 공정성을 해치고 공공기관의 건전 경영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집행의 엄정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권 차원에서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찬희 김아진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