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문서위조범 급증 ‘충격’… 취업난 대학생, 토플·토익·성적표·진단서 등 조작

입력 2011-06-26 18:12


문서를 위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년 층에 따라 문서 위조의 이유도 다양하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은 토익·토플·학교 성적표는 물론이고 결석을 출석으로 바꾸기 위해 병원 진단서까지 위조하는 실정이다. 중·고교생은 대학 진학을 위해 각종 대외활동 증명서를 속여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흥업소 출입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학생들이 문서 위조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조문서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라고 사칭하는 이들에게 개인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대포통장 개설에 이용되는 등 2차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 문서위조 범죄 처리 건수는 2006년 618건에서 2007년 716건, 2008년 1433건, 2009년 2062건으로 급증했다. 2009년의 학생 문서위조와 행사 건수는 2006년에 비해 3배 넘게 늘어났다.

관련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위조 토익성적 증명서 및 자격증 등을 구입한 대학생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전문 위조업자에게 30만∼66만원을 지급하고 위조문서를 샀다. 이들 중 4명은 위조문서를 입사시험 응시서류로 제출했지만 취업엔 실패했다.

출석 점수가 학점에 큰 영향을 주다보니 허위 진단서도 유행이다. 일부 학과는 허위 진단서 파일을 공유하고 있다. 고려대 3학년 A씨(23·여)는 이달 초 한 전공수업에 허위 결막염 진단서를 제출했다. 결막염에 걸렸던 친구가 실제로 병원에서 받아온 진단서를 스캔해 포토샵으로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넣어 만든 것이다.

A씨는 “교수가 무단결석 3번이면 무조건 F를 준다고 했는데 이미 두 번 결석한 상태에서 기말고사를 앞두고 또 결석하게 돼 급한 마음에 위조했다”고 말했다.

문서위조 업자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학 졸업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더니 “1시간이면 만든다”며 한 장당 80만원을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위조업자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을 사용해 영업하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면서 “이들에게 개인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