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 발언 놓고 北 “저열한 망언” 연일 비난
입력 2011-06-26 17:59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도둑’ 발언을 연일 물고 늘어지고 있다.
북한이 말꼬리를 잡고 있는 것은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한밤중에 그렇게 올 수 있다”라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현욱 수석부의장 등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 말로, 언제 통일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발언이 나간 이틀 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통일을 하필 한밤중에 도적에 비기는가”라면서 “강도적 심보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24일에는 대남단체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 대변인 명의 성명으로 “시정배만이 할 수 있는 저열한 망언”이라는 원색적 비난이 이어졌다. 25일에는 북한 공식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체제와 존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체제통일 흉심을 드러낸 망언’이라는 노동신문의 개인필명 논평을 소개하면서 “도적이 만사람의 비난대상이라는 것은 초보적 상식”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언급은 성경 구절을 차용한 것이다. 요한계시록 3장 3절에 나오는 “내가 도둑같이 이르리니 어느 때 네게 이를지 네가 알지 못하리라”라는 구절로 언제 메시아가 재림할지 모르니 항상 깨어 있는 마음으로 회개하고 준비하라는 의미다. 기독교계 관계자는 “이 구절은 요한계시록 16장 15절, 베드로후서 3장 10절, 데살로니가전서 5장 2절, 마태복음 24장 42∼43절, 누가복음 12장 39절 등에도 등장하는 관용화된 표현”이라며 “기독단체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북한에서 마치 이를 모르는 듯 꼬투리를 잡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