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날에 무너져 내린 ‘호국의 다리’
입력 2011-06-26 17:45
전국이 장마철에 접어든 가운데 제5호 태풍 ‘메아리’가 한반도를 덮쳤다. 전국 곳곳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마와 태풍을 앞두고 가장 우려된 곳이 4대강 공사현장과 구제역 매몰지 주변이었다. 정부에서도 전 행정력을 동원해 피해예방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칠곡군에 자리한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다. 왜관에서 낙동강을 가로질러 약목면을 잇는 이 다리는 지난 25일 새벽 장맛비로 불어난 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전체 467m 구간 중 100m 가량이 흙탕물 속에 잠겼다. 사고는 하필 6·25 발발 61주년이 되는 날에 발생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성수대교 붕괴의 악몽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호국의 다리’가 어떤 곳인가. 1905년 경부선 개통에 맞춰 건설된 이 다리는 6·25가 일어난 그해 8월 미군이 북한 인민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시킨 전쟁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철도청에서 한때 철거를 검토했으나 “호국의 현장을 보존하자”는 여론에 따라 1993년에 복구해 보행전용 다리로 활용되고 있다. 전쟁 때 폭파된 부분에 아치형 난간이 없는 외형 등 역사성을 지녀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인재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려도 별 문제가 없던 다리가 4대강 사업 이후 무너졌기 때문이다. 낙동강을 준설하면서 다리 주변도 함께 파내는 바람에 교각 기반이 약해졌고, 시공사가 이를 알고 보강공사를 했으나 전체 9개 교각 가운데 이번에 무너진 8, 9번 교각을 제외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공사는 두 교각이 둔치 위에 있어 제외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마로 수량이 많아지자 교각은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따라서 강바닥 준설과 수압의 증가에 대비해 미리 손을 썼다면 붕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해 남은 4대강 사업에서 더 이상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