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한국 한국인’ 진행자 이병혜 교수 “미지의 영역 도전하는 젊은 한국인 초대하고파”

입력 2011-06-24 17:52


KBS 1TV 교양 프로그램 ‘한국 한국인’은 평범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자극적인 이야기나 방청객의 과장된 웃음소리, 브라운관을 휘저어놓는 자막이 없다. 게스트를 초대해 차분하게 ‘토크’에만 집중한다. 초대 손님은 ‘재밌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한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이병혜(55)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한국 한국인’을 “오래 끓인 설렁탕 국물 같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오리지널 토크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1978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 교수는 2005년 교수가 돼 강단에 섰고, 지난 1월부터 ‘한국 한국인’을 진행하고 있다.

“토크쇼가 요즘엔 재미가 우선이다 보니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요.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겠지만 ‘한국 한국인’처럼 진국 같은 프로그램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극적인 내용은 없지만 군더더기도 없어요. 저는 핵심만 담은 짧은 질문으로 시청자들이 듣고자 하는 얘기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합니다.”

‘한국 한국인’은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으며 2002년 7월 위성채널인 KBS KOREA에서 첫 방송됐다. 2005년 KBS 2TV로 편성됐다가 지난해 5월 1TV로 옮겨져 현재는 매주 일요일 오전 6시10분에 방송되고 있다. 도저히 시청률이 높을 수가 없는 시간대지만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굉장히 화려하다. 시인 고은, 첼리스트 장한나, 가수 패티김 등이 찾아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놨다. 올해 들어서도 시인 김지하를 시작으로 서예가 박원규, 전 국가대표 수영감독 노민상 등이 출연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초대 손님을 모시는 일이 진행자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방송시간이 30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추임새만 넣고 나는 되도록 말을 아끼려고 하는 편”이라며 “20대 때부터 방송을 한 만큼 노하우가 있어서 그다지 힘들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방송을 3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녹화에 들어가면 항상 두렵고 새롭다”며 웃음지었다.

‘한국 한국인’에서 이 교수는 젊은이들도 초대해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했다. “지금까지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 많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젊은 친구들도 초대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남들이 가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을 만나 젊은 ‘한국인’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