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일요일들의 우즈벡

입력 2011-06-23 17:52

김성대(1972∼ )

침대에 외국어가 들어왔다 듣다가 길어지는 햇살들

율리아는 이 나라에 안 어울려요 하나도 온 적 없는 내일도 여전히

잘못 받은 전화의 무엇이 너의 진짜 귀일까 다 알아들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다

당신은 내 [사:람]을 몰라 그래 나는 너의 사람을 몰라 너의 없는 앞니도 [사:람]에게나 어울리지

무슨 요일이 편해요

너는 용기를 내다가도 숨을 참는다 그게 늦은 인사라도 된다는 듯이

먼저 말하지 않는 자가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는 듯이

(이하 생략)


율리아는 우즈벡에서 온 처자. 몇 마디 한국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당신은 내 [사:람]을 몰라’라고 말할 때 그녀의 없는 앞니로 발음되는 [사:람]은 틀니 같은 괄호 속에 있다. 다시 만날 수 있느냐, 무슨 요일이 편하냐, 라는 질문에 묵묵부답. 침묵이 국적이라는 듯. 긴 침묵 속에서 우즈벡이라는 모국어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번역이 되지 않는 말들의 소강상태가 길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고 있다. 우즈벡은 그렇게나 먼 빠알간 사과, 율리아는 그 사과 속 까만 언어의 씨앗!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