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피난생활에도 소년은, 로켓타고 별나라를 누비는 꿈을 꾸었다
입력 2011-06-23 17:24
로켓보이/조아라/한솔수북
까만 저고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까까머리 소년 머리 위로 비행기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간다. 비행기가 신기한 소년은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줄도 모른 채 내달린다. 소년 옆으로 쿵, 폭탄이 떨어진다. 주위는 금방 아수라장이 된다. 전폭기였다.
그렇게 전쟁과 함께 시작된 피난 생활. 누덕누덕 기운 천막들 사이에서 소년은 나무 상자를 엎어놓고 글을 배우고, 철모 쓴 군인을 쫓아다니며 초콜릿을 얻었다. 밤에는 더러운 난민촌 요 위에서 꿈을 꿨다. 종이비행기를 달고 달나라에 가는 꿈. ‘은하철도 999’ 같은 우주열차를 타는 꿈. 로켓을 타고 별나라를 누비는 꿈.
글 없이 흑백으로 이어지는 그림책 ‘로켓보이’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촌에 살던 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전쟁도, 천막촌도 막지 못한 그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모티브는 작가 아버지의 경험에서 따왔다. 로켓 발명이 꿈이던 아버지는 난민촌에서 로켓 실험을 하다 불까지 냈다고 했다. 꾸지람을 듣고 또 들었지만 그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로켓을 꿈꿨다.
저자는 책을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모자라는 현실 속에서도 늘 하늘을 봤던 작가의 아버지, 그리고 꿈을 가진 모든 독자에게 바치는 그림책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