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살리기에 몸숨 건 동선교회 박재열 목사
입력 2011-06-23 14:39
[미션라이프] “반지 하나를 더 팔지 못해 유대인 한 사람을 더 구하지 못했다고 가슴아파했던 쉰들러의 마음을 우리 목회자들이 가져야 합니다. 목회자의 덕목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희생입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겁니다.”
작은 교회를 살리는 걸 최고의 사명으로 여긴다. 자신의 퇴직금까지 가불해 여기에 쏟아 붓는다. 교회를 목회하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칠 듯한데 2002년 초교파단체인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를 설립, 10년째 이른바 ‘동종업계 인사(목회자)’를 도와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총회장이면서 교단의 전도운동에도 불을 붙였다. 동선교회 박재열(62) 목사의 이야기다. 그는 25평 연립주택에서 산다. 그것마저 최근 교회의 적자 예산을 메우기 위해 대출 용도로 내놓았다.
◇미자립교회 지원, 2002년 15개에서 올해 150개로=1982년 9월 교인 6명과 함께 서울 천호동에서 교회를 개척한 그는 월급 10만원을 받으면서도 매달 ‘선교비’ 명목으로 농어촌교회를 도왔다. 하지만 재정 지원만으로는 교회 성장은 물론 해당 목회자의 사역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해도 안 될 거야’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라는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목회사관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꺼져가는 심지와 같은 교회를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어서였죠.”
목회사관훈련 과정은 선정된 목회자 부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서약에서부터 만만치 않다. ‘청장년 출석 100명이 되기까지 월요일 휴무, 공휴일, 명절 휴가도 없이 전도에 힘쓴다’ ‘주 2회 교회당에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고 설교준비에 최선을 다한다’ ‘매주 5일 이상, 매일 4시간 이상 전도한다’ 등 10가지 항목이나 된다. 박 목사는 훈련 때마다 목회자들이 보험사 직원들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주님의 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다그쳤다. 이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목회자들도 있었다.
작은교회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선정된 교회는 매달 1회 고강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10개월간 매월 30만원씩 후원을 받는다. 이 모든 게 박 목사 개인 후원과 동선교회, 작은교회살리기운동에 뜻을 같이하는 교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다. 2002년 15개에서 시작된 지원 대상 교회가 올해 150개로 늘어났다. 1년 예산만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앞으로 매월 지원금을 1인당 100만원까지 늘리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교회는 ‘유람선’ 아닌 ‘구원선’이어야=교회라면 가급적 ‘수평이동’ 교인들을 줄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만들어진 게 2007년부터 시작된 세례 많이 준 교회와 가장 많이 전도한 목회자들을 시상하는 제도다. 재적 500명 이하 교회만을 대상으로 한다.
“샛강이 막히면 결국 바다도 마릅니다. 교회의 침체는 일부 목회자의 이미지 실추도 한몫했지만 더 큰 이유는 전도하지 않기 때문이죠. 목회자들은 큰 교회를 만드는 걸 최고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잃어버린 한 영혼을 주님의 품으로 인도한다는 걸 최상의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목회 본질에 충실하다보면 교회는 하나님의 때에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겁니다. 다른 비법이 있는 게 아니죠.”
재적 5000명에 달하는 동선교회는 비신자 대상 전도와 새 신자 세례를 최우선으로 한다. 은퇴교역자들까지 고용, 매일 2시간씩 노방전도에 나서는 이유다. 세례는 1년 과정의 학습을 거쳐야만 받을 수 있다. 박 목사가 현재까지 세례를 준 신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은퇴할 때까지 1만명을 목표로 한다. 그는 “목회자라면 설령 자신이나 교회에 어려움을 주는 교인이 있다 해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껴안아 권면하고 타이르며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목회자의 소망과 자랑은 자신의 혈육이 아니라 교인이어야 한다”며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게 목회”라고 했다.
동선교회 교역자는 월급에서 의무적으로 구제비를 내야 한다. 이것을 모아 생활이 어려운 성도들을 정기적으로 돕는다. 5년간 교구 담당 교역자로 사역하면 성실도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개척자금을 지원하고 3년간 1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생활비도 지원한다. 지교회 설립을 위한 게 아니다. 불신자 전도 중심 교회를 이 땅 곳곳에 세우는 박 목사의 바람 때문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