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자료사진·참전용사들의 증언 등 한눈에… ‘6·25 디지털 기록물 보관소’ 美에 구축한다

입력 2011-06-22 18:52

한종우(49) 미국 시러큐스대학 맥스웰 대학원 겸임교수가 6·25전쟁 관련 자료를 모은 ‘디지털 아카이브(기록물 보관소)’를 미국에서 구축한다.

한 교수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참전용사 34명에게 1400여점의 자료를 받아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10월쯤 전용 웹 페이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에는 지도와 징집·퇴역증명서 등 공식 문서는 물론 참전용사들이 직접 찍거나 구한 사진과 편지, 일기 등 개인 자료도 포함돼 있다.

한 교수팀은 자료를 제출한 참전용사들의 인터뷰 동영상도 웹 사이트에 올릴 방침이다. 1시간 분량의 인터뷰에는 참전 시기와 소속 부대, 인상에 남았던 전투와 후세대에 전하고 싶은 전쟁의 교훈 등이 담긴다.

한 교수팀은 인터넷 웹 사이트에 검색 서비스를 추가해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문자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장진호전투’를 입력하면 1950년 11월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펼쳐진 전투와 관련된 문서와 사진, 전투에 참여한 참전용사의 증언 동영상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다.

한 교수는 “여름부터는 캐나다와 한국에서도 자료 수집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이후 중국 등 북한 편에서 싸운 참전용사들의 자료들과 북한의 자료도 모으겠다”고 말했다. 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계정을 만들어 6·25전쟁과 관련된 사이버 커뮤니티도 제작할 계획이다.

한 교수는 “6·25전쟁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지만 자료가 체계적으로 수집·분류돼 있고, 이들을 검색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면서 “디지털 아카이브가 구축되면 전쟁에 참가한 용사들의 시각에서 본 6·25전쟁의 모습을 상세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의 효과는 다양하다. 참전용사들의 자료 중에는 6·25전쟁 당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가 많다. 한 참전용사가 1953년 8월에 찍은 부대 쓰레기장 사진에는 아이 4명이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 휴전 직후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아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을 알 수 있다. 시장 모습, 다리 밑에서 빨래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은 전쟁 중에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또 참혹한 전쟁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팀에 자료를 제출한 노먼 샴페인씨는 “미국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전쟁을 겪지 않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해준다”면서 “우리 참전용사들의 자료가 전쟁을 겪지 못한 후대에게 전쟁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데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팀은 시러큐스대학의 김영식·최인경씨와 전직 고교 교사인 조 리오그란데씨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