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LG유플러스 품으로
입력 2011-06-22 21:32
LG유플러스가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2.1㎓ 대역을 사실상 확보하게 됐다. 2.1㎓는 160여개국이 사용하는 국제공통대역으로 스마트폰 수급에 유리해 이동통신 3사 모두 확보에 열을 올렸다. 통신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변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2.1㎓ 대역 주파수 20㎒폭 경매에 SK텔레콤과 KT의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T는 이 대역 주파수를 각각 60㎒, 40㎒씩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주파수 독과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쟁구조 왜곡과 이로 인한 이용자의 편익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사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통신비 인하와 품질 개선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주파수는 휴대전화를 쓰는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이통사에겐 중요한 자산이다. 도로가 넓을수록 많은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주파수를 많이 확보해야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급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2.1㎓ 대역의 주파수가 없어 스마트폰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애플, 모토로라, HTC 등 글로벌 업체들의 스마트폰을 들여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가입자가 아이폰을 쓰려면 통신사를 옮겨야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1㎓ 주파수를 확보하면 차세대 통신망인 LTE(롱텀에볼루션)에 집중 투자해 4세대 이동통신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말했다.
2.1㎓ 대역과 함께 경매에 부치는 800㎒, 1.8㎓ 대역은 참여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단 한 사업자가 20㎒폭 이상을 가져갈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SK텔레콤과 KT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와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역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할당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위는 완전 경매 대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이용자 편익에 초점을 맞춰 특정 사업자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이통사간 과당 경쟁으로 주파수 대가가 높아지면 결국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며 “정부는 최저경쟁가 수준에서 주파수가 할당되도록 유도해 통신요금 인하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제한을 둔 것이 경매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전파법은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청자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이달 말 공고를 내고 8월 초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1.8㎓와 2.1㎓ 대역은 할당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800㎒는 2012년 7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이용기간은 3개 대역 모두 10년이다. 최저가격은 800㎒가 2610억원, 1.8㎓와 2.1㎓는 각각 4455억원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