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짜내 외국 놀러 다니나' 고액 등록금·방만 재정...대학교직원 낯 두꺼운 ‘외유성 연수’ 줄줄이

입력 2011-06-23 01:50


반값 등록금 논란 속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일부 대학 교직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가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연수 일정에는 해외 대학·연구소 방문보다 문화체험 명목의 관광 프로그램이 더 많다. 1인당 경비가 400만원을 넘는 데다 비용도 대학이 지불해 방만한 재정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 국·공립대, 사립대, 전문대 280여곳이 가입한 ‘전국대학 연구·산학협력 관리자 협의회’(산학협회)는 오는 29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유럽 우수대학·연구소 벤치마킹 연수’를 떠난다. 프랑스 스위스 체코 독일을 방문한다. 연수 목적은 유럽대학의 선진행정, 산학시스템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1인당 경비는 450만원이며 여러 대학의 교직원 70여명이 참여한다.

그러나 본보가 22일 입수한 일정표에 따르면 연수기간 중 많은 시간이 관광 일정이다. 연수 둘째 날인 6월 30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프랑스 파리 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한 뒤 개선문,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등에서 ‘문화체험’을 한다. 7월 1일도 문화체험을 먼저 한 뒤 키스트유럽연구소를 방문한다. 2일도 KIT연구소에서 2시간 머문 뒤, 노트르담성당 등을 둘러본다. 다섯째 날인 3일은 공식 일정 없이 스위스에 있는 융프라우봉을 오르고 얼음궁전을 보러 간다. 4, 5, 6일에도 2∼3시간가량 현지 대학과 연구소 방문 외에는 시내 관광을 하거나 자유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 날인 7일엔 공식 방문 일정 없이 하이델베르크 고성, 구시가지, 학생감옥, 철학자의 거리 등을 여행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과 한국생산성본부는 다음달 8일까지 ‘호주대학 선진화 벤치마킹 연수’ 참가 대학과 교직원을 모집 중이다. 7월 24∼31일 호주 대학을 둘러보는 것으로 1인당 비용은 499만원이다. 전국대학 기획처·실장, 구조조정 및 대학 선진화 담당자 35명을 모집한다.

6박8일 동안 대학과 연구소를 방문하는 공식일정은 4차례뿐이다. 공식 일정이 없는 날도 이틀이다. 대부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 캑팍공원 등 관광 명소를 찾는다.

이 재단은 다음달 3일부터 10박12일 일정으로 떠나는 ‘서유럽 해외 우수대학 벤치마킹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의 대학을 둘러보는 내용으로 1인당 490만원짜리 연수다.

대학 교직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연수는 포상이나 해외여행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사립대의 한 교직원은 “학교 돈으로 기분 좋게 쉬다 올 수 있어서 매년 돌아가면서 신청한다”고 말했다. 산학협회 관계자는 “비판이 제기될 우려가 있어서 검토를 충분히 한 뒤 일정을 계획했다”면서 “이미 올해 초부터 계획된 것이어서 취소나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학협회의 연수를 계획한 여행사 측은 “1년여 기간 동안 연수를 준비했고, 대부분 일정에 현지 대학과 연구소 방문 계획을 넣었다”며 “외유나 관광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