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송세영] 주말엔 휴대폰 사지 마라?

입력 2011-06-22 17:33


통신사들이 다음달 1일부터 토요일에도 휴대전화 개통업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부터 주5일 근무제(주40시간 근무제)가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개통업무를 처리하는 통신사 대리점들은 대부분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주5일 근무제 정착을 위해서는 토요일 개통업무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동안 토요일까지 주6일 개통업무를 처리하면서 대리점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돼 고객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통신사들은 2008년부터 일요일에는 개통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토요일은 소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놓치기 힘든 대목이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공연장,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고 레저·여행 등 여가업종도 호황을 맞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상가, 할인점에도 토요일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휴대전화 개통수요도 많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토요일은 중요하다. 직장인들은 평일에는 주민등록등본 하나 발급받지 못해 전전긍긍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 이에 비해 토요일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를 즐기거나 쇼핑을 하거나 자유다. 도서관이나 관공서들이 제한적이나마 토요일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평일에는 짬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을 배려한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인 판매점들은 개통처리가 안 되더라도 토요일에 문을 열어 휴대전화 가입신청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개통을 하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새 상품을 사면 당장 써보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 갓 포장을 벗긴 ‘신상’을 손에 넣고도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국내 휴대전화 유통규모는 월 평균 200만대에 달할 정도로 크다. 불편을 겪을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계산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면 가입신청도 위축된다.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통신사의 토요일 개통중단 정책에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주5일 근무 취지를 살리고 싶다면 토요일 대신 다른 요일에 휴무토록 유도하는 대안도 가능하다. 유도하는 것 이상의 강력한 수단을 원한다면 차라리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하루 개통을 중단하는 게 낫다. 대리점 직원들의 장시간 근로방지라는 측면에서도 크게 불리하지 않은 선택이다.

토요일 개통 중단은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대규모 쇼핑몰이나 상가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자리 잡고 있는 곳이 휴대전화 판매점이다. 이들 가게가 토요일에 문을 닫거나 영업이 위축된다면 주변 상권에도 영향이 미친다.

고객들의 ‘니즈(needs)’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시대적 추세에도 어긋난다. 관공서도 시민 편의를 위해 요일에 얽매이지 않고 서비스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주말 방문객이 많은 공원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도 주말 대신 평일에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통신3사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000만명을 넘어서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보다 많다. 사실상 전 국민과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토요일 개통업무 중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 통신사들은 고객만족과 고객우선을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업무편의 중심적이거나 일방통행식 발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금체계만 해도 전문가가 아니면 한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하니 고등교육을 받은 소비자들도 악덕 업자에게 걸려 바가지를 쓰곤 한다.

이동통신시장은 통신 3사의 과점상태인데다 3사의 점유율에는 한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아이폰 쇼크’를 겪었던 데에는 이처럼 나태해지기 쉬운 시장환경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2의 쇼크를 피하려면 철저하게 고객우선주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토요일 개통업무 중단 방침부터 재고해야 한다.

송세영 사회부 차장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