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값보다 비싼 여름 음료 “열받네”
입력 2011-06-21 23:30
21일 오후 서울 서린동 카페베네 무교동사거리점을 찾은 회사원 김용호(32)씨는 영수증에 찍힌 음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로 나온 여름 음료인 ‘라임 모히토’ 한 잔 가격이 점심값보다 비싼 6300원이었던 것. 김씨는 “방금 전 5000원짜리 돈가스를 동료에게 얻어먹어 대신 음료를 사려고 왔는데 점심값보다 비싼 음료값에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며 “생각 같아선 다시 물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커피전문점마다 여름 음료를 내놓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여름 음료에 사용되는 천연재료의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웬만한 커피 가격보다 60% 이상 높은 것은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카페베네가 라임 모히토와 함께 새로 내놓은 ‘수박 그라나따’의 가격 역시 6300원(레귤러 크기 기준)으로 같은 크기의 아메리카노보다 2500원(65.8%) 비싸다. 4인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수박 한 통의 절반 가격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카페베네 측은 “모히토에 쓰이는 라임의 원재료 가격이 원래 비싼 데다 수박이 들어가는 수박 그라나따의 신선도 유지를 위한 물류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여전히 크다.
여름을 맞아 스타벅스가 출시한 5300원짜리 ‘두유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와 5800원짜리 ‘블랙 세서미 그린티 프라푸치노’도 비싸기는 마찬가지. 톨(Tall) 사이즈의 아메리카노(3100원)에 비하면 각각 71.0%, 87.1% 비싸다.
이날 서울 스타벅스 소공동점을 찾은 대학생 조은준(25)씨는 “여자친구가 블랙 세서미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사 달라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줬지만 솔직히 가격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계절상품’이란 명목으로 소비자들이 원치도 않는 재료를 첨가해 은근슬쩍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중 팔리는 커피는 가격을 100원만 올려도 눈치가 보이지만 계절상품은 1년에 한번 신상품으로 포장돼 나와 소비자가 가격 상승에 둔감하다”며 “가격이 비싸도 더운 날씨 때문에 매출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을 노려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