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클린카드’… 공문 보내면 유흥업소 어디든 OK 정부지침 강화해도 편법사용 판친다

입력 2011-06-21 22:12

클린카드는 여성 도우미 등이 나오는 유흥업소 등 특정 업소에서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법인카드다. 2005년 공기업들이 회계·재정의 건전한 운영과 신뢰회복 등을 목적으로 처음 도입하기 시작했다. 도입 이후로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던 클린카드 제도는 2009년 연예인 성접대 파문 등이 터지면서 다시 조명을 받았고, 정부도 제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특히 올해 들어 클린카드 사용 제한 업종을 대폭 늘렸다. 기존 유흥업소뿐 아니라 기타 서비스 업종 등의 이용에서도 부적절한 사용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올 1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내려보낸 ‘2011년 예산집행 지침’에서 룸살롱과 유흥주점,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업종뿐 아니라 이·미용실, 피부미용실, 사우나, 안마시술소, 발마사지 등 대인 서비스 시설에서도 클린카드 사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실내외 골프장, 노래방, 비디오방 등의 레저 업종과 카지노, 오락실 등 사행 업종, 성인용품점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특히 새 지침을 통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클린카드 대신 개인 카드를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불가피하게 개인 카드를 쓸 경우에도 이유를 바로 밝히고, 곧바로 적합한 카드로 변경해 결제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또 법인카드 전표에 서명할 경우 사용자의 실명을 명확히 쓰고 서명이 나타나지 않는 카드 전표의 경우에도 회계처리에 사용할 때는 사용자 실명을 기재토록 해 책임 여부를 분명히 하도록 했다.

그러나 허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21일 카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클린카드 사용 업소는 해당 법인의 기관장이나 재무부사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 공공기관 측이 카드사 등에 공식 요청을 하면 정부가 사용을 금지토록 한 유흥업소 등에서도 클린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침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해당 기관의 ‘뜻’에 따라 클린카드 제도는 자의적으로 ‘편법 운용’이 가능한 셈이다. 최근 계속 터져나오는 공공기관들의 법인카드 비리 사건들도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쪽에서 해당 발급 카드사나 은행 등에 연락을 먼저 하고 공문을 주면 오케이된다”면서 “사용 가능한 업종을 해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업종을 추가하는 사례는 꽤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김아진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