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공공기관 ‘클린카드’… 못쓰게 한 노래방·골프장서 버젓이 결제

입력 2011-06-21 18:32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을 둘러싼 비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A기관은 퇴임 직원 환송회 등의 명목으로 유흥주점에서 2000만원을 결제했다. B기관은 2009년 1∼8월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1억2000만원을 사용했다. C기관에서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결제된 액수가 1년반 사이에 989건 1억2000여만원이나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1일 이런 사실들을 포함한 ‘공공기관 법인카드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청렴도가 특히 낮은 6개 공공기관을 샘플로 선정, 2008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했다. 적발된 법인카드 부정사용 금액은 10억원에 달했다.

공공기관 법인카드는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에 의해 사용금지 업종이 규정돼 있다. 유흥업소나 노래방, 골프장, 사행업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2005년 국가청렴위원회(현 권익위)가 유흥업소 등에서 원천적으로 결제가 안 되는 ‘클린카드’ 제도를 도입한 뒤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클린카드를 쓰고 있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 결과 일부 공공기관은 카드회사에 영업용으로 필요하다며 사용금지 해제를 요청한 뒤 유흥업소, 골프장 등에서 버젓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의환 부패방지국장은 “과도한 접대비를 숨기기 위해 분할결제를 하거나 허위 증빙서를 작성하는 등 탈법행위도 있었다”며 “클린카드 사용제한 해제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공공기관 법인카드 사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심야나 휴일, 원거리 지역, 사용금지 업종 등에서 결제되거나 분할결제, 동일 업소 반복 이용 등이 발견될 때 해당 기관 감사관실에 사용 내역이 곧바로 통보되도록 한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