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독재자의 말로… 이집트 무바라크 위암 투병·튀니지 벤 알리 前 대통령 자기 변명
입력 2011-06-21 00:51
국민에게 버림받은 독재자의 말로는 초라했다. 올 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튀니지 전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이집트 대통령 얘기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한 벤 알리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튀니지에서 자신에 대한 첫 궐석재판이 시작되자, 성명을 통해 “(자신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적이 없으며 튀니지에서 도피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망명이 속임수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지난 1월 가족을 사우디에 내려놓은 후 되돌아오려고 했으나 비행기가 그냥 떠나버렸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수사당국이 그와 부인 레일라에 대해 기소한 미국 달러 및 무기 불법 소지, 시위대 사살 등의 93개 혐의도 모두 부인했다. 시위대에 발포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명령을 내린 적 없다”면서 “각료들과의 회의 녹취록을 통해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23년간 튀니지를 철권 통치했지만, 이제는 본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한 채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명만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위암까지 걸렸다. 파리드 엘 딥 변호사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위암으로 투병 중”이라고 AFP에 밝혔다.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독재자가 말년엔 결국 재판을 코앞에 둔 환자가 된 셈이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으로 지난 2월 11일 권좌에서 물러났고, 4월부터 부정축재와 시위대 유혈 진압 혐의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현재는 조사 중 심장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연금된 상태이며, 오는 8월 3일에 아들들과 함께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