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민보안성 내부자료 최초 공개] 뻣뻣한 특권층에 ‘백두산 3대 장군’ 우상화로 군기

입력 2011-06-20 22:18


[인민보안성 자료로 본 북한] (중) 법 위의 우상화

인민보안성 내부 자료 ‘법투쟁부문 일군(일꾼)들을 위한 참고서’는 고(故)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숙(김 위원장 생모) 등의 우상화를 통해 준법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참고서 앞부분에 집중 등장하는 백두산 3대 장군(김 주석·김 위원장·김정숙)의 교시와 일화는 ‘우리도 특권의식을 버렸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수사기관 종사자나 당 간부 등이 특권의식을 갖지 않도록 각별히 단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권의식 팽배, 경고 담겨=일화 25개에는 3대 장군이 서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특권의식을 타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김 주석의 부관이 규정량을 초과한 양의 부식을 김 주석에게 공급했다가 해임된 일, 잡곡밥과 강냉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식량을 더 공급받지 않은 일 등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경우 연유공급소(주유소)에서 줄서서 기다린 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꼬박꼬박 제 날짜에 반납한 일 등이 소개됐다. 김정숙은 자가용과 운전사를 거부하고 걸어 다녔다. 거의 모든 사례에서 이 3인의 친서민적 풍모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인민 위에 군림해 온 수사기관 종사자 등 특권계층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로 북한 사회 최고 규범인 ‘최고지도자의 교시’가 활용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북한 사회에서 소위 힘 있는 자들 사이에서 특권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어려운 시기, 허리띠 조여야=우상화 부분에서 두 번째로 강조되는 부분은 지도자 3인의 검소하고 소박한 삶이다. 특히 가장 권위 있는 김 주석 사례에 집중된 점이 눈길을 끈다. 현지지도 나갈 때 입는 양복이 낡자 “색갈(색깔)이 좀 난(바랜) 것은 다시 뒤집어 손질해 입으면 되오”라고 옷 수리를 맡긴 일화, 구두 안이 닳자 가죽을 대 계속 신었던 일, 허름한 집무실을 고집했던 일화 등이 기술돼 있다.

남한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는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지도층에 ‘허리띠를 조이라’는 암시로 읽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서민들은 경제난에 시달리지만 지도층은 호화생활을 계속해온 데 따른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후계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엘리트 다잡기 차원으로도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정은 주변 세력에 일종의 가이드라인?=3대 세습 정당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이른바 김정은 권력 세습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백두 혈통’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에게 할아버지 김 주석의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숙의 경우 우상화에 등장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데 김정숙까지 등장한 것은 김정은 세습체제 지원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대를 넘어 김일성의 조부인 김보현과 할머니 이보익의 서민적 풍모를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김 주석을 예우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1981년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방문했을 때 덧신(신발 위에 신는 일종의 천)을 착용한 일화다. 전람관에 들어가려면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국가수반이 아니면 모두 신도록 김 위원장이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평양에는 태양이 두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보유했지만 아버지를 배려해 덧신을 신은 것이다. 이를 두고 김정은 주변 세력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