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반격 “전문약 479종 팔게 해달라”

입력 2011-06-20 18:30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라는 약사들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안전성 논의는 묻히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한약사회는 20일 보건복지부에 전문약 479종(20개 성분)을 일반약으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레보원(사후피임약), 제니칼(비만치료제), 테라마이신안연고(항생제안연고), 옵티클점안액(인공누액), 잔탁·큐란(위산분비억제제) 등이다. 저함량 비아그라(25㎎)는 오남용과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일단 빠졌다. 약사회는 앞으로 전환 품목을 1200여개까지 선정해 복지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녹색소비자연대도 노레보원, 듀파락시럽(변비약), 오마코연질캡슐(오메가3), 벤토린흡입제(가래제거제) 등 전문약 10종의 일반약 전환을 복지부에 신청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낙태 예방을 위해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요구가 소비자 접근성만 강조하고 의약품 안전성 문제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 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하는 약사회와 시민단체들은 “외국에서는 일반약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일반약이 되면 불필요한 병원 진료가 줄어 국민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편다.

하지만 외국인과 한국인은 체질이 다르다. 때문에 전환 대상 의약품이 한국인에게 어떤 효능과 부작용을 보이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논의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원은 성관계 후 12시간 이내에 먹어야 효과를 낼 수 있어 구매가 쉬워야 할 필요가 있지만 구토, 현기증, 월경과다 등의 부작용도 간과돼선 안 된다.

의사와 약사가 전문약과 일반약 재분류 문제로 충돌하면서 정작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 논의가 무산될 수 있다. 경실련은 “의약품 재분류가 전문약과 일반약의 비율 조정으로만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선행조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