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비리대책이란게… “직원끼리도 밥값 따로”

입력 2011-06-20 22:21

권도엽 장관 발표 ‘행동준칙’ 살펴보니

국토해양부가 부정·비리 타파를 위해 대대적인 내부 암행감찰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불거진 직원들의 향응접대·뇌물수수 비리 사태에 따른 재발 방지책이지만 ‘짜깁기식’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국토부 4층 대회의실에서 ‘장관 특별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자체 청렴실천방안 및 행동준칙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다음달 말 확정될 예정이다.

국토부 안에 따르면 앞으로 직원 상호 간 또는 산하기관과 협회, 업계 등과 식사 또는 모임 시에는 각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골프가 금지되며, 국토부가 주최하는 대외 행사는 입안단계부터 일상감사 실시로 사전 검증 대상이 된다. 권 장관은 “이 같은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규정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금품과 향응수수 등 징계 처분에 해당하는 자는 승진 제외, 공직 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비위 차단을 위한 내부고발자 보호장치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말 마련되는 종합대책에는 청탁·접대 행위와 직결되는 각종 인허가 등 규제관련 법령의 정비방안이 포함된다. 예산을 직접 집행하고 있는 국토부 산하 지방청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제주 연찬회’ 사태에 대해 총리실 감사에 이어 자체 재조사를 진행 중이며, 새로운 비위사실이 밝혀질 경우 추가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주일 만에 급조된 대책인 데다 내용도 지키기 힘든 것들이 적지 않아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동료 간 식사 등에도 이른바 ‘더치페이’를 하도록 한 행동준칙은 국토부 직원들조차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음주나 2차 술자리는 자제할 것’이라는 지침 역시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권고에 불과해 구색 맞추기로 대책에 포함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의 사무관급 직원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따지기보다는 언론 보도 등 외부 비판을 의식한 나머지 서둘러 발표한 인상이 짙다”면서 “과연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가 건설과 교통, 해양 부문이 합쳐진 ‘공룡조직’인 데다 각종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부처여서 이런 대책이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무원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관행을 하루아침에 타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 시민감시팀장은 “현재 시행령으로 돼 있는 공무원행동강령을 법률 수준으로 규제 수위를 높이는 등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