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2010 보고서’, 난민 4370만명… 15년만에 최대

입력 2011-06-21 00:49


전 세계에 전쟁과 박해를 피해 이주한 난민이 43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난민은 늘고 있고, 대부분 저개발국으로 이주하는 상황이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세계난민의 날’인 20일(현지시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제정 60주년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2010 국제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쟁의 장기화, 길어지는 타향살이=보고서가 밝힌 2010년 말 현재의 난민 수는 한국 인구와 맞먹는다. 최근 15년간 통계 중 가장 많다. 이들 중 1570만명이 국경을 넘어 이주했다. 2750만명은 고향을 등진 국내 실향민이다. 85만명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상태다. 난민 신청자 중 1만5500명은 대부분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어린이들이다. 무국적자도 1200만명에 이른다. 이번 보고서에는 올해 초 중동의 민주화 시위로 이주한 난민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난민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이다. 305만4700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들 중에는 장기난민이 많다.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뒤 30년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시작된 미국에 의한 아프간 전쟁도 타향살이 기간을 늘렸다.

이라크에서는 오랜 전쟁으로 168만3600명의 난민이 뿔뿔이 흩어졌다. 내전으로 국가 기능이 멈춰버린 소말리아에서도 77만200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5년 이상 난민생활을 한 ‘장기 미해결 난민’이 720만명이라고 밝혔다.

◇난민 지원, 국제적 불균형 심각=난민은 증가하고 있지만 국제적 지원은 여전히 열악하다. 전 세계 난민의 80%가 저개발국에서 생활한다. 파키스탄에는 190만명, 이란에는 110만명의 난민이 산다. 경제규모 대비 난민 수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파키스탄의 난민 수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누면 1달러로 710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달러당 475명, 케냐는 247명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경제적 부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많은 59만4000명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당 난민 수는 17명에 불과하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은 “선진국들은 보호받을 곳을 찾는 이들에게 국경을 열어야 한다”면서 “(난민 수용에 있어) 선진국이 저개발국의 부담을 덜어줘야 불균형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