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0대 기업 중 204곳 이민자나 그 자녀가 창업했다

입력 2011-06-20 20:08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이민자의 자녀다. 그의 아버지는 시리아인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하던 중 잡스를 낳았다.

미국 500대 기업 중 114곳(22.8%)이 잡스 같은 이민자 자녀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또 90곳(18%)은 이민자 본인에 의해 세워졌다. 두 경우를 합하면 500대 기업의 40.8%인 204곳이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의 손으로 일궈졌다.

이는 미국 내 일부 기업인과 시장(市長)들로 구성된 단체 ‘새로운 미국 경제를 위한 파트너십(PNAE)’의 최근 조사 결과다. 500대 기업은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천의 선정 결과를 기준으로 했다.

이민자 출신 창업자는 AT&T와 버라이존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스코틀랜드), 골드만삭스의 마커스 골드만(독일),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헝가리),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호주),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러시아) 등이 있다.

이민자 자녀 출신 창업자는 홈디포의 버니 마커스(러시아),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쿠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러시아) 등이다. 이베이, GE, IBM, 맥도날드 등도 이민자 또는 이민자 자녀에 의해 설립됐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민자에겐 위험을 감수하는 기질이 있고, 자녀들도 이런 성향을 물려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PNAE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이민정책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데 이용했다. 이 단체 소속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심포지엄에서 이 통계를 인용하고 공화당의 반(反)이민정책을 가리켜 “국가적 자살행위”라고 비난했다. 미 민주당은 일부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PNAE는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에 의해 세워진 기업 204곳이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고, 연간 수익 4조2000억 달러(약 4500조원)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