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료봉사-국민일보·굿피플 주최] 쪽방촌 주민·독거노인들 ‘존중받은 하루’
입력 2011-06-19 19:14
국민일보와 비정부기구(NGO) 굿피플, 고려대 의료봉사단이 함께 펼치는 사랑의 의료봉사가 지난 18일 서울 창신1동 주민센터에서 열렸다. 주민센터는 하루 동안 종합병원으로 바뀌어 강당에 접수실과 진료실, 약국이 들어섰고 동장실은 X선 검사실이 됐다.
진료가 시작된 오후 2시쯤 강당에 설치된 내과, 안과, 정형외과, 신경정신과 문진 창구는 의료상담을 받으러 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치료를 받으러 온 100여명의 환자 대부분은 창신1동 쪽방촌 주민과 독거노인이었다.
진찰하는 의사들과 X선·심전도 검사 결과를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환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영양수액 코너에선 할머니들이 링거를 맞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초음파 검사를 받은 손경모(77)씨는 “간염을 앓고 있는데 간경화로 발전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번에 10만원 넘는 검사료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손씨는 검진에서 쓸개에 용종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 간경화 징후는 없었다.
임시 약국 앞에서 만난 오정순(69·여)씨는 “사랑의 의료봉사 덕분에 당뇨가 많이 나아졌다”면서 “오늘 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며 봉사단에 고마워했다. 오씨는 당뇨 치료제와 혈압약, 소화제 등을 타갔다.
한재호 봉사단 지원운영국장은 “쪽방촌 주민은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말 소외된 계층은 외국인 노동자인데 바빠서 자주 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 국장은 지난번 검진에서 간경화 판정을 받은 몽골인 노동자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고려대 의료봉사단은 3개월마다 한번씩 창신동 쪽방촌 주민과 인근 봉제공장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응급환자는 큰 병원으로 옮기고 간단한 내과, 정형외과, 치과 질환 등은 그 자리에서 치료한다.
봉사단을 처음 기획한 최경숙 부단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쪽방촌 사람들이 생활고 때문에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그들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치료하는 주치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독거노인들은 심장질환이나 암 등에 걸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치료뿐 아니라 검사를 통해 병을 발견하는 데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사단은 검진 수요가 늘어 3개월에 한 번 하던 무료 검진을 두 번으로 늘리기로 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