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수사권 조정 땐 경찰 가장 막강”… 평검사들도 격앙
입력 2011-06-20 01:16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국무총리실 주재 마지막 회의가 열린 19일 검찰은 당혹스러워하면서 긴박하게 움직였다. 총리실 중재안이 ‘선거·공안 사건을 제외한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검찰은 “사실상 경찰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127명은 오후 3시30분부터 7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총리실에서 회의가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토론을 계속했다. 평검사들은 오후 11시20분쯤 발표문을 내고 “경찰은 겉으로는 수사 개시와 관련한 수사 현실을 법제화해 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검사의 지휘로부터 벗어나 통제받지 않는 경찰 수사권을 갖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수사권 조정 논의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 의견수렴 등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며 당장의 결론 도출에 반대했다. 평검사들은 향후 행동에 대한 계획 표명 없이 회의 결론만을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
회의에 참석한 평검사 전원은 한 명씩 일어나 경찰에 대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평검사들은 소속 부서별로 앉게 한 횡렬 타운홀 방식의 회의장에서 취재진을 내보낸 뒤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일부 평검사가 상황이 이런 지경까지 이른 데는 검찰 책임도 있다며 자성론을 제기했으나 ‘지금은 단결이 우선’이라는 대세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도 대부분 출근했다. 대검 간부들은 총리실의 마지막 중재회의가 끝날 때까지 수시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가 끝내 결렬되자 대검은 “향후 국회 논의에 충실히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짧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검찰 수뇌부를 대신해 대검 구본선 정책기획과장이 기자들을 상대했다. 구 과장은 경찰을 비판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검찰은 지금의 수사 현실을 반영하고, 구시대적 표현인 경찰의 복종의무 표현을 수정하자는 것에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경찰은 현실을 반영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주장대로 법이 개정되면 경찰의 13만 구성원은 사실상 검찰 지휘와 무관하게 모든 사건을 수사함으로써 국가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 과장은 “검찰의 통제 없이 경찰 수사가 개시되면 모든 사람이 피의자가 될 수 있고, 경찰은 조금이라도 혐의가 있는 사람 모두를 형사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뇌부, 총리실 중재안 협상팀, 평검사 등 세 갈래로 움직이며 경찰 논리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이 국민들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해 경찰에 눈뜨고 당한다’는 개탄도 일부 흘러나왔다.
이용훈 지호일 노석조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