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활성화 방안… 돈 안풀고 제도 개선 주력 부처 이견 등 난항 불가피
입력 2011-06-19 21:57
‘돈 쓸 시간 늘리고, 돈 쓸 거리를 만들어라.’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 이하 각 부처 장차관 등이 지난 17∼18일 1박2일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핵심 내용이다. 지표경기와 서민 체감경기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내수산업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공감대 속에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고(高)’물가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한 대책들은 시장 규제 완화 등의 제도 개선에만 국한돼 실제 내수 활성화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주요 정책사안들이 이미 관계 부처 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거나, 이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돈 쓸 시간 늘려라’…문화·관광 소비 활성화 아이디어 봇물=정부가 토론회에서 제시한 대책들 중 재정·세제 지원책은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을 늘리기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가 거의 유일하다. 재정·세제 지원이 총수요를 늘려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신 정부는 돈이 있는 이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공부문의 근로시간을 9-6제에서 8-5제로 전환하는 것도 퇴근 시간을 앞당겨 돈 쓸 시간을 늘리자는 데서 착안된 아이디어다. 학생들의 방학 시기도 조율해 여행 수요를 늘리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이에 따른 수요를 소화시킬 만한 문화·관광 상품 개발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왔다. 한류스타의 거리 조성, 관광인력의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지방공무원에 ‘관광’ 직종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고, 4대강 주변에 자전거 여행 코스를 만들고 자전거 판매·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전거 호텔’이나 한의학과 양의학을 융합한 복합 휴양의료단지인 ‘애그로-메디컬 리조트(Agro-Medical Resort)’ 등의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중소·영세상인 지원 방안도 ‘월 1회 전통시장 가는 날 제정’ 등과 같이 시장 제도 개선, 캠페인 등에 집중됐다.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 설치 등과 공공부문 중소기업 제품 구매확대 등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처 이견·이해당사자 반대 등 난항 예고=그러나 수요 자체가 늘지 않는 한 내수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당수 대책은 이미 부처 간 입장 차가 확인됐거나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봄·가을방학 신설 문제의 경우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 교육과정 체제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면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업 규제완화와 관련된 투자개방 병원 도입이나 자격제도 진입장벽 완화 등은 기획재정부가 수년간 추진했는데도 결실을 맺지 못한 사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일 대체공휴일제와 관련, “올해 7월부터 20인 미만 영세기업에 주 40시간제가 시작되는데 대체공휴일제까지 도입되면 중소·영세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형마트들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논의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 지원대책을 마련하거나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대형마트 규제에만 나서는 것은 모든 책임을 대기업으로만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