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라” “안된다”… ‘지휘·복종’ 문구 놓고 검경 충돌
입력 2011-06-17 18:31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불러온 수사권 조정 문제의 핵심은 형사소송법 196조 1항과 검찰청법 53조 개정 여부다. 검사들은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할 수 있는 형소법 196조 1항과 경찰의 복종 의무가 담긴 검찰청법 53조 개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형소법 196조 1항은 ‘사법경찰관은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검찰에 수사 지휘권이 있다는 근거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이 조항의 ‘검사 지휘’ 문구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로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대신 그 아래에 ‘사법경찰관은 검사 지휘가 있는 때에는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는 사실상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조항 수정을 전면 반대하고 있다. 검찰 지휘권은 인권침해 방지, 부당수사 시정, 수사 충돌의 조정 등 경찰 수사를 견제 및 통제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찰은 이미 사문화된 조항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현실화하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절도 폭력 교통사고 등 대부분 형사사건이 검찰 지휘 없이 경찰에서 내사나 수사에 착수하는 게 현실인데, 이를 그대로 현행법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삭제 논의가 진행 중인 검찰청법 53조를 두고도 검·경은 대립 중이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은 범죄 수사와 관련해 소관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는 검·경을 상명하복 관계로 규정하는 것으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게 경찰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을 1차 수사 주체기관으로 인정하고,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권 등 통제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며 “경찰에 수사 개시권이 주어지면 공안사건 등 수사에 통일성이 없어진다는 검찰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복종’ 표현은 수정하더라도 명령 체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53조가 삭제될 경우 검찰 지휘에 경찰이 불복해도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검찰이 법원을 통해 견제와 통제를 받는 것처럼 경찰도 검찰 통제를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