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등 44종’ 8월부터 슈퍼 판매 허용하지만…제약사 머뭇대도 정부 대책이 없다

입력 2011-06-17 21:36

8월부터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 44종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지만 실제 슈퍼마켓 판매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약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제약사들이 슈퍼마켓 공급을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다.

이번에 의약외품으로 풀리는 일반의약품 44종을 만드는 17개 제약사는 17일까지 슈퍼마켓 판매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약사들의 불만을 사 다른 일반의약품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반의약품 판매는 전적으로 약사 손에 달려 있다. 특정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약사가 다른 약을 권하면 그대로 따르기 일쑤다. 이번에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일반의약품들의 생산 규모는 1600억여원으로 전체 일반의약품 시장(2조5200억원)의 6% 정도에 불과하다. 약사들은 이번에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의약품을 슈퍼마켓에 푸는 제약사에 대해선 다른 제품까지 불매운동을 벌일 태세다.

제약사들은 슈퍼마켓 판매약은 약국 판매약보다 효능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사 눈치 때문에 솔직히 슈퍼마켓 공급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약사 분위기에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제약사에 슈퍼마켓 판매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슈퍼마켓 공급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제약사들의 분석이 이제 막 시작됐다. 예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강력히 추진하는 만큼 이를 잘 따라와 주는 제약사에 행정적·경제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약사들이 공격적으로 슈퍼마켓 판매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비자에게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대표 제품으로 인식시킬 수만 있다면 회사가 급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당번약국 확대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취약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 방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의약외품 전환 등을 강행하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약사회는 모든 약국이 평일 5일 중 하루 이상을 자정까지 문을 열어 매일 4000여개 약국이 심야 영업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18일에는 전국 분회장 이상 임원 200여명이 참석하는 대정부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약사회가 국민 편의를 도모한다고 약속해 놓고 스스로 거부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