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정일리아’ 중국 내 北 선교단체 눈물겨운 희생 담아

입력 2011-06-16 20:51


갖은 희생을 치르며 탈북자의 한국행을 돕는 중국 내 북한선교 단체의 모습이 영화에 담겼다. 최근 시사회를 가진 다큐멘터리 영화 ‘김정일리아(포스터)’는 탈북자 12명의 증언으로 북한의 현실을 고발했다. 김정일리아는 ‘김정일 꽃’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의 우상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영화에서 탈북자들은 북한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자유를 위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고백했다.

탈북자에게 있어 교회는 자유로 향하는 통로였다. 4대째 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나 몽골로 탈출한 대학생도, 제약 없는 음악활동을 꿈꾸며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씨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김씨의 경우는 더욱 각별했다. 러시아 유학파로 북한에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던 그였지만 탈북 이후 재능을 알아주는 곳이 없어 막노동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는 교회에 가면 피아노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가 피아노를 연주하던 순간을 잊지 못했다.

대부분 탈북자는 교회나 선교사를 통해 한국으로 탈출한다. 그들은 한국으로 들어오기전까지 항상 북송의 불안에 떨고 있다. 그만큼 북한선교 사역자들도 위험부담을 안고 이들을 돕는다.

영화는 ‘일부 남한 기독교 단체들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다’는 자막과 함께 북한선교 단체의 모습을 비춘다. 중국 선양에 위치한 한 단체는 사무실이나 차량 안에서 거리를 배회하는 탈북자와 지속적으로 연락한다. 북송 위험에 방치된 탈북자를 데려가기 위해서다.

영화는 탈북자뿐 아니라 그들을 돕는 이들도 무차별 감금하는 중국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탈북자를 돕다 중국 감옥에서 4년간 복역한 인권운동가 최영훈 목사는 감옥에서 당한 고난과 하루 12시간 이상 석면에 노출돼 종이꽃을 만들던 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회고했다.

연출자 N C 하이킨 감독은 미국 브로드웨이 여류 극작가이자 배우다. 그는 2002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에서 탈북자 증언을 듣고 북한 인권에 눈을 떠 이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2009년 선댄스 영화제, 2010년 원월드 영화제 등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관람가(예정)로 23일 개봉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